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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은 미국의 경칩에 해당하는 Groundhog Day인데, 우리 경칩과 달리 특별한 행사가 있나 보다. Groundhog 혹은 Marmot 이라는 다람쥣과 동물 (토끼만한 다람쥐?)이 이날 겨울잠에서 깨어나면서 굴에서 나올 때 그림자를 보고 도로 들어가면 겨울이 6주 더 계속되고 (그러니까 3월 중순까지), 그냥 나오면 봄이 일찍 온다는 속설이 있다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실제 날씨와는 안 맞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이 재미로 이 행사를 구경하러 많이 가는가 보다.

이 날에 대한 영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주 우연히 보았던 영화이다. 돈 주고 비디오를 빌리거나 극장에 간 것도 아니고 아마도 케이블 TV에서 하길래 보았던 것 같다. 처음 본 시기도 언제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처음 보고 나서는 기억에 너무 선명하게 남았고, 그 후에도 여러번 더 볼 기회가 있었다.


줄거리를 읇어보자면... 
좋아하는 영화인데 정작 아내와는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 절기가 있는 미국에서 아내와 함께 시청하게 되니 좋았다. 웃기는 장면들이 꽤나 나오는데, 아내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고 한다.

예전에 볼 때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에 생각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멋진 사랑 영화구나' '빌 머레이 엄청 웃기다' 이런 정도의 생각 뿐이었는데, 이번에 하게 된 생각은 이런 것이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가.

하루라는 시간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영화 속 필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아이를 구하고,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커플 상담을 해주고, 피아노 연주와 얼음 조각을 배우고, 19세기 프랑스시를 공부하고, 음식이 목에 걸린 사람과 타이어 펑크 난 차에 탄 할머니를 도와준다. 그리고 자기가 도와주어도 결국 천명을 다해 죽는 걸인 할아버지는 보며 인생이 무엇인지 깨닫고 정말 멋진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필의 Groundhog Day처럼 매일을 알차게 산다면, 과연 인생은 얼마나 달라질까.

영화 '사랑의 블랙홀' 속의 빌 머레이(필)와 앤디 맥도웰 (리타). 여기서 퍼옴. 사진은 Columbia Pictures 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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