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살이
데이빗 스미스 교수를 만나다
jywind
2010. 8. 2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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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연구소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소장님께서 미국으로 안식년을 다녀오셨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소장이 되신 만큼, 기독교학교 관련 단체와 학교, 지역들을 방문하고 오셨다. 돌아오셨을 때, 나의 관심사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님이 있다며 프로필이 인쇄된 종이를 주셨다. 칼빈대학교 독일어과 교수이며 카이어 연구소 소장인 데이빗 스미스 교수였다. 소장님을 통하여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데이빗 스미스 교수의 글을 모두 찾았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1년 반 정도를 준비한 끝에 카이어 연구소의 컨퍼런스에 참석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2년 후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세미나를 준비하는 과정에 동참하는 은혜도 누리게 되었다. 1년 반 이후의 스케줄까지 잡혀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자이지만, 한국의 이름 없는 학생에게 그는 친절하고 겸손했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바로 그 분야에 대한 이론과 경험을 두루 가지고 있고, 아직 젊어서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학자이다. 그리고 이제 이번 학기에는 드디어 그의 수업을 듣게 된 것이다. 이곳에 도착 후 인사차 메일을 보냈더니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었다.
교수님 사모님과 아들이 같이 식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모두 칼빈과 연관이 있다. 사모님은 교직원, 큰 아들은 학생이다. 식사시간 나왔던 얘기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국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랜드 래피즈의 날씨에 관한 것이다. 교수님은 지난 해부터 한국어와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미 영국사람으로써 독일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다 보니 타 문화에서 온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깊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힘든 것중의 하나가 두 종류의 숫자 체계라고 했다. 우리는 하나, 둘, 셋 하는 숫자, 일, 이, 삼 하는 숫자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만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에게는 큰 도전이다. 한국 사람이 일본어 배울 때 이치, 니, 산으로 나가는 숫자 시스템과 히도쯔, 후다쯔, 미쯔로 나가는 숫자 시스템을 같이 배울 때 느끼는 혼란보다도 더 큰 것 같았다. 특히 교수님은 시간을 말할 때 두 시스템을 같이 쓰는 것이 힘들었다고 했다. 두 가지를 같이 쓴다고? 정말 그랬다! 다만 그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을 뿐. 시간을 말 할 때 '한 시 이십 분'이라고 하지 '일시 이십분'이나 혹은 '한시 스무분'이라고 하지 않는다! 확실히 언어를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이다 보니 외국어를 배울 때도 매우 주의하여 배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그랜드 래피즈의 날씨였다. 특히 'freezing rain'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건 추울 때 내리는 비인데, 0도 보다도 낮은 온도인데도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상에 그 빗방울이 내려와 지상의 물체 표면에 닿는 순간 얼음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얼음의 무게 때문에 나무가 부러지기도 하고 지붕이 내려앉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리고 아직 여기서도 경험하지 못한 기상현상에 대해 들으니 궁금하면서도 별로 기다려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혹독한 추위를 경험하지 않고, 적당하게 이번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단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
항상 유머러스하고 남을 배려하며, 그러면서도 훌륭한 학자요 교사의 면모를 지닌 교수님을 좀더 닮을 수 있는 이번 학기, 수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숙소로 돌아왔다.
교수님 사모님과 아들이 같이 식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모두 칼빈과 연관이 있다. 사모님은 교직원, 큰 아들은 학생이다. 식사시간 나왔던 얘기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한국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랜드 래피즈의 날씨에 관한 것이다. 교수님은 지난 해부터 한국어와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미 영국사람으로써 독일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다 보니 타 문화에서 온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깊다. 그런데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힘든 것중의 하나가 두 종류의 숫자 체계라고 했다. 우리는 하나, 둘, 셋 하는 숫자, 일, 이, 삼 하는 숫자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지


다른 하나는 그랜드 래피즈의 날씨였다. 특히 'freezing rain'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건 추울 때 내리는 비인데, 0도 보다도 낮은 온도인데도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상에 그 빗방울이 내려와 지상의 물체 표면에 닿는 순간 얼음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얼음의 무게 때문에 나무가 부러지기도 하고 지붕이 내려앉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그리고 아직 여기서도 경험하지 못한 기상현상에 대해 들으니 궁금하면서도 별로 기다려지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혹독한 추위를 경험하지 않고, 적당하게 이번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단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
항상 유머러스하고 남을 배려하며, 그러면서도 훌륭한 학자요 교사의 면모를 지닌 교수님을 좀더 닮을 수 있는 이번 학기, 수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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