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살이

앤 아줌마

jywind 2010. 8. 3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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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학생이 미국에서 차를 몰려면 사회보장번호(SSN)가 있든지 아니면 없다는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평소 다니던 거리보다는 좀 멀리 떨어진 사무소에 다녀왔다. 건물에 처음 들어가니 좀 당황스러웠다. 으레 있어야 할 사람이나 창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항상 모를 때는 옆 사람 하는대로 따라가면 얼추 비슷하게 간다. 마침 같이 들어온 아주머니를 보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간다. 나도 올라가면서 물어보니 사무실은 2층에 있다고 한다. 방에 들어가니 순서지를 뽑는 곳이 있다. 1~5까지 번호가 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나는 1번을 뽑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게 SSN과 관계된 업무를 처리하는 번호표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게 SSN 발급이나 카드에 대한 업무만 처리하는 걸로 알고 4번을 뽑았다. 방안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꽉 차 있는데 5분도 안 되어 번호가 불려졌다.

창구에서 호출한 Ane 아줌마는 좀 완고해보이는 인상이었다. 무슨 일 때문에 왔는지 이야기를 하니 번호표를 잘못 뽑았다고 한다. 이런. 한참 기다려야겠네 생각하는데, 다음부터는 1번을 뽑으라며 업무를 처리해준다. 서류를 건네주니 컴퓨터에 입력을 시작한다. 그런데 중간에 인상을 찡그린다. 서류가 부족한가, 아니면 번호표를 잘못 뽑아서 그런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오른쪽 가슴 쪽에 통증이 있다고 한다. 약 2년 전부터 아파서 힘든 일은 잘 안 한다고. 흰 머리가 이마쪽을 뒤덮은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 생각도 난다. 어머니도 가슴이 아프실 때가 있지. 우리 어머니도 심장이 안 좋으셔서 그럴 때가 있다고 하니, 자신은 아마도 유방암인 것 같다고 한다. 어쨌든 번호표 잘못 뽑은 탓도 하지 않고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하여 주었다. 그리고 서류를 하나 건네준다. 떠나오면서 이름을 가르쳐주면 오늘 저녁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이름이 Ane이라며 통증이 2년 되었다고, 하나님께서 통증을 좀 완화시켜주시면 좋겠다고 기도해달라고 한다.

사실 미국에 처음 오면 은행, 관공서, 학교 등지에서 설움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나는 아직까지 그런 일이 없다. 하나님은 별로 이뻐할 이유가 많지 않은 사람도 이뻐해주시는 것 같다. 가족들과 친지들, 교회 사람들까지 기도해주시니 그런게 아닐까. 오늘 Ane 아줌마도 그랬고, 은행의 Erin도 참 친절했다. Erin에게는 고맙다고 조그마한 장구모형이 달린 핸드폰 고리도 선물로 주었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항상 친절하게 즉시 업무가 처리된다. 서로 더 도와주려고 한다. 어제 뵈었던 한인 교회 목사님께서도 Westminster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그다지 보살펴주지 않는데, Calvin은 교수,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많이 도와주려 한다고 하셨다. 이래저래 Calvin이라는 학교가 더 사랑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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