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어 연구소 프로젝트 시작
몇 주 전, 우리 과정 코디네이터 신디에게 캠퍼스 내에서의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F-1 비자 신분으로 공부하러 온 학생들은 학교가 허락하는 일을 캠퍼스 내에서만 할 수 있다. 시간 수도 정해져 있다. 신디에게 처음 사람 모집한다고 들은 일자리는 Calvin Institute of Christian Worship의 assistant 자리였다. 한국에 있을 때 담임목사님 도와 예배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예배와 예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에 참 탐이 나는 자리였다. 그렇지만 1월말에 있을 컨퍼런스를 준비해야 하므로 1월에 계속 출근해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 있었다. 겨울방학 때 가족을 보러가지 못하겠기에 할 수 없이 마음을 접었다.
한 주를 더 기다리니 이번에는 더 관심있는 일자리를 소개해주었다. 지난 번 자리는 캠퍼스 내에 광고가 된 자리였는데, 이번에는 광고도 하지 않고 모집하는 자리였다. 몇 년 전 Calvin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그리고 3년 전 처음 Calvin을 방문하도록 만든 Conference를 개최한 Kuyers Institute의 research assistant 자리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내었고, 2주 전 합격하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연구소를 방문하였다. 방문하러 가면서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006년 안식년을 다녀오신 박상진 교수님께 데이빗 스미스 교수라는 분이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가라며 프로필을 주셨다. 이 사람 한 번 만나보기나 하겠나 싶었는데, 이제 그 분께 수업도 듣고 연구도 배우게 된 것이다.
매주 두 번씩 수업에서 만나는 교수님이지만, 조용한 연구소 사무실 내에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다. 좀 건방진 듯 하지만, 동료 연구자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교수님의 대우가 그러했다. 지난 3년간 진행된 연구로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연구를 맡게 된다고 하셨다. 지난 40년 간 북미에서 발행된 기독교 학술 저널들을 대상으로, 교수(teaching)에 관계 된 글들을 찾아 정리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고 한다. 북미의 많은 대학들이 연구에만 관심이 있고 교수에는 관심이 없던 차에 1990년 Ernest Boyer라는 학자가 ‘Scholarship Reconsidered’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대학에서의 교수, 교수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고 한다. 과연 북미의 기독교 대학들에서는 그러한 관심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연구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학식과 교수의 관계는 매우 흥미있는 주제이다. 학창시절 과학 선생님 한 분은 한국 최고의 대학을 나오셨음에도 '칠판 두 판 꽉 채우기' 빼고는 다른 교수법이 없는 분이었다. 그 과목이 참 싫어지게 만드는 교수법이었고, 많이 안다고 해서 잘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경험이었다. 특히, Calvin과 같은 북미의 기독교 대학들 대부분이 연구에 초점을 두는 일반 대학교들과는 달리 교수, 가르침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이러한 연구를 통해 그러한 관심과 교육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학교로서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잘 할 수 있을까? 연구나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도움이 되어야지 방해가 되면 안 될 텐데'하는 것이다. 자료 수집 마감 기한으로 정해진 연말까지 잘 마무리를 하고 '성공리에 연구를 마치다'라는 posting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