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살이

미시간 사람 되어볼까...

jywind 2010. 10. 2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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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래피즈에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미시간 주에도 나름의 엑센트 혹은 사투리 비슷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언어학 수업을 들으면서 이 동네 토박이 밴더 코플 교수님께 서부 미시간 영어의 특징에 대해 듣기는 했다. 안개(fog)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가운데 모음이 '오'나 '어'보다는 '아'로 발음이 된단다. 몇 개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미국애들도 많이 웃는 걸 보니 좀 촌스럽게 들리는가 보다. 우리 지도 교수님 잰이나 다른 몇몇 분들은 s나 sh 발음이 좀더 새는 듯한 소리가 난다.
문제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내 발음이 슬슬 그런 특징들을 하나씩 따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0여년 전에 아버지께서 필리핀에 근무하실 때 아버지 발음 때문에 놀랐던 적이 있다. 내가 애기 때부터 세계를 돌아다니시느라 영어 실력이 더 출중하시던 아버지셨다. 그런데 필리핀에 2년 계시더니 발음이 필리핀 식으로 변한 것이다! 따갈로그어의 영향으로 된소리가 많이 첨가된 필리핀식 발음을 아버지에게서 들으니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전에 배운 발음은 다 어디로 갔나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학부 전공이라는게 그래서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어를 들을 때도, 특히 경상도 사투리를 들을 때는 어떤 지역에서 오신 분인지까지 알아내려는 습관이 생겼다. 다만 미시간 주에 3달째 살다보니 슬슬 언어도, 운전습관도(양반스럽게) 미시간화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미쿡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미국에 와서 살아보니 한국이 참 좋은 곳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내 방에 붙여둔 태극기도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드는 것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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