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살이

호기심

jywind 2010. 11. 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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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으로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남자에요, 여자에요?'
집에 오는 길에 우편물을 확인하려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나쁜 점 중 한 가지는 집에서 우체통까지의 거리가 거의 운동이 가능할 만한 거리라는 점이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우체통이 모여 있고, 집까지는 꽤 걸어들어갸야 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집에 들어가는 길에 확인을 한다. 나오기 귀찮아서.
그런데 오늘따라 흑인 여자 아이 두 명이 그 앞에서 유모차를 타고 놀고 있다. 유모차 탈 나이는 지나보이는데 유모차에 앉은 녀석이 그렇게 물어본다. '남자에요, 여자에요?' 그래서 '남잔데, 왜 물어보니? 여자같이 보이니?' 그랬더니 '왜 그런 가방을 들고 다니나요?'하고 질문한다.
이것저것 많이 짊어지고 다니느라 배낭 말고도
학교 직원 신디에게 얻은 쇼핑백에 도시락이며 책 등을 넣어다녔는데, 아마 그 가방에 대해 '여자들이 매는 가방'이라고 생각을 했는가 보다. '남자들도 때론 필요하면 이런 가방 들고 다닌단다'라고 대답을 했다. 인사를 하고 다른 곳으로 놀러가는 아이들을 보며, 역시 아이는 다르구나 싶었다. 지난 번에도 집에 오는 길에 만난, 흑인 남자아이가 나무를 타며 놀다말고 지나가는 내 손에 들린, 한국에서 가져온 플라스틱 독서대를 보더니 '그게 뭐에요?'하고 물어본다. 그래서 직접 펴 보이며 '독서대야'하고 대답을 해주었다.
아이처럼 된다는 건, 천국에 들어가는 비밀 말고도 다른 혜택이 많은 듯 하다. 순수한 호기심이란 자연스럽게 즐거운 배움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학교 교육을 오래 받을수록, 나이가 들수록 그런 호기심은 사라지고 의무감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공부가 짐이 되고, 일이 되고, 재미 없는 일이 된다. 만약 한국의 학교 교육이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심어 줄 수 있다면, 그래도 아이들이 지금처럼 학교를 재미없는 곳으로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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