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탁상공론
jywind
2010. 11. 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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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탁상공론에 대해 설명해 주신 적이 있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는 한국의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전국의 쥐 숫자를 세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책상에 앉아서. 정확하게 전국에 쥐가 몇 마리 있다고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 주 한국 신문 기사들을 보니 그 '탁상공론'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도대체 공무원님들께서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하나는 학교에서 교장실을 없앤다는 것이다. 과거 이 모 교육부장관이 교사들의 권위주의를 타파한다고 권위까지 내동댕이 친 일이 있었다. 아마 그 분과, 그리고 같은 진영에 계시는 분들은 아직도 권위와 권위주의가 일단 글자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선진국일수록 사람들이 권위를 인정한다. 영국에서는 경찰의 권위를 인정하고,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한다. 대한민국만 권위를 깔아뭉갠다. 교장실을 없앤다고 권위주의가 타파될까.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권위까지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오히려 아무리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선생님이더라도 정작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은 진급이 힘든 현재 시스템이 더 문제는 아닐까. 그런 선생님들이 교장이 되셔도 실제로 일할 기간은 2, 3년 뿐이다. 몇 십년간 교육에 헌신하며 제대로 된 학교 운영을 하도록 준비된 사람에게는 불과 2, 3년의 기간 혹은 읍면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나 그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참 아쉽다. 내 주변에도 계신 그런 훌륭한 교장 선생님들을 보며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미국이었다면 어쩌면 벌써부터 교장이 되시기도 하셨을 것이고, 그 학교를 정말 아이들과 교사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만들고, 지역에서 더 폭넓은 활동을 하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교직 임용률이 낮은 지방 사립 사범대의 정원을 축소한다는 것도 그렇다. 즉, 교육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시험이라는 얘기다. 하기야 고시를 통과해서 오신 분들이 해내는 생각이니 일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사범대들의 교육과정, 교수들의 능력, 교육의 복합적인 모든 문제들을 그 학교 출신 학생들의 시험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게 참 웃긴단 얘기다. 외고도 그 안에 들어가보면 알지만, 교사진이 뛰어나서, 시설이 뛰어나서 진학률이 좋은 건 아니다. 애들을 뽑을 때 꼼수를 써서 대학 잘 갈 수 있는 애들을 뽑기 때문이다. 그 애들끼리 경쟁을 하니 아무리 교사는 실력이 형편 없고 가르쳐 주는 것 없어도 대학 하나는 잘 보내는 것이다. 지방 사립대에 있는 교수라고, 학생이라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지금 시험 시스템 자체가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험 잘 보는 사람이 통과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라서 그런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과연 그 임용고시라는 시험이 교사의 교수 능력을 얼마만큼이나 평가할 수 있는지는 임용고시를 본 선생님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결국 이것도 교사 임용 시스템을 먼저 바꾸어야 하는데, 시스템은 놔두고 학교부터 갈아엎는다 한다.
없어져야 할 것은 '지방 사립대 사범대'도 '교장실'도 아닌 '탁상공론'이다. 줄여야 할 건 교사가 아니라 교육공무원 숫자다. 제대로 된 교사가 제대로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라. 학교 교육은 살아난다.
[동아일보 2010.11.16] 교장실 없앤다고?… 경기교육청 통폐합案 반발
[동아일보 2010.11.16] 지방 사립 사범대 졸업자 교사임용 20% 미만
지난 주 한국 신문 기사들을 보니 그 '탁상공론'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도대체 공무원님들께서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하나는 학교에서 교장실을 없앤다는 것이다. 과거 이 모 교육부장관이 교사들의 권위주의를 타파한다고 권위까지 내동댕이 친 일이 있었다. 아마 그 분과, 그리고 같은 진영에 계시는 분들은 아직도 권위와 권위주의가 일단 글자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선진국일수록 사람들이 권위를 인정한다. 영국에서는 경찰의 권위를 인정하고,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한다. 대한민국만 권위를 깔아뭉갠다. 교장실을 없앤다고 권위주의가 타파될까.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권위까지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오히려 아무리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선생님이더라도 정작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은 진급이 힘든 현재 시스템이 더 문제는 아닐까. 그런 선생님들이 교장이 되셔도 실제로 일할 기간은 2, 3년 뿐이다. 몇 십년간 교육에 헌신하며 제대로 된 학교 운영을 하도록 준비된 사람에게는 불과 2, 3년의 기간 혹은 읍면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나 그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참 아쉽다. 내 주변에도 계신 그런 훌륭한 교장 선생님들을 보며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미국이었다면 어쩌면 벌써부터 교장이 되시기도 하셨을 것이고, 그 학교를 정말 아이들과 교사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만들고, 지역에서 더 폭넓은 활동을 하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교직 임용률이 낮은 지방 사립 사범대의 정원을 축소한다는 것도 그렇다. 즉, 교육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시험이라는 얘기다. 하기야 고시를 통과해서 오신 분들이 해내는 생각이니 일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사범대들의 교육과정, 교수들의 능력, 교육의 복합적인 모든 문제들을 그 학교 출신 학생들의 시험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게 참 웃긴단 얘기다. 외고도 그 안에 들어가보면 알지만, 교사진이 뛰어나서, 시설이 뛰어나서 진학률이 좋은 건 아니다. 애들을 뽑을 때 꼼수를 써서 대학 잘 갈 수 있는 애들을 뽑기 때문이다. 그 애들끼리 경쟁을 하니 아무리 교사는 실력이 형편 없고 가르쳐 주는 것 없어도 대학 하나는 잘 보내는 것이다. 지방 사립대에 있는 교수라고, 학생이라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지금 시험 시스템 자체가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험 잘 보는 사람이 통과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라서 그런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과연 그 임용고시라는 시험이 교사의 교수 능력을 얼마만큼이나 평가할 수 있는지는 임용고시를 본 선생님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결국 이것도 교사 임용 시스템을 먼저 바꾸어야 하는데, 시스템은 놔두고 학교부터 갈아엎는다 한다.
없어져야 할 것은 '지방 사립대 사범대'도 '교장실'도 아닌 '탁상공론'이다. 줄여야 할 건 교사가 아니라 교육공무원 숫자다. 제대로 된 교사가 제대로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라. 학교 교육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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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0.11.16] 지방 사립 사범대 졸업자 교사임용 20%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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