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침대(?)에 자니까 좋지
지난 2월말, 아이들이 올 시간은 다가오는데 마땅히 잘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고민하던 차에 아래층 사시던 김 목사님의 도움으로 신학교 아파트 지하에 방치된(?) 중고 매트리스를 그냥 가져왔다. 가져 오던 날 차 지붕에 얹고 목사님은 뒤에서 매트리스 떨어질라 걸어서 따라오셨더랬다. 바로 그저께 밤까지 그 매트리스를 첫째가 참 잘 사용했다. 둘째는 많이 굴러다니는 관계로 그냥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
그렇게 지내 온 지난 세 달 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아빠, 엄마는 비록 역시 공짜로 얻어온 침대이지만 제대로 된 침대에 누워 자는데 아이들은 스프링도 다 꺼진 매트리스와 바닥 신세라니. 미루고 미루다 어제 아내와 결심하고 트윈(싱글) 매트리스 두 개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차 지붕에 끈으로 묶어 기다시피 집에 와서 아내와 낑낑거리며 아파트까지 옮겨왔다. 자기들 매트리스 새 것이 생겼다고 아래집 사정은 생각도 않고 위에서 뛰다가 몇 번이나 혼났지만 그래도 좋은가 보다. 아직 프레임은 없이 그냥 바닥에 매트리스만 덩그러니 붙어 있지만 밤에 자는 모습을 보니 참 편하게 자는 듯 하다. 그래도 그것도 높다고 매트리스에서 떨어졌다 기어 올라가기도 한다.
그간 정이 든 중고 매트리스는 계속 쓰고 싶지만 중간이 약간 꺾여 더 이상 쓰기가 불가능해 역시 낑낑거리며 버리고 왔다. 아파트에 들어오자마자 큰 녀석이 "내가 좋아하는 매트리스가 이제 없어"라며 운다. 나 같으면 새 거 생겼다고 낼롬 헌 것은 잊고 새 것에 하루 종일 누워 뒹굴텐데 말이다.
사실 새 매트리스로 제일 덕을 본 건 둘째다. 사이즈는 제일 작은 녀석이 어른 누워자는 트윈 매트리스에 누웠으니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가. 아빠, 엄마는 돌아눕다 떨어질까 긴장하면서 자고 있는데. 그래도 아빠, 엄마 노릇을 좀 한 듯 하여 괜시리 마음이 뿌듯하다. 이런 걸 보고 돈 쓰고 기분 좋다고 그러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