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살이

외눈박이 나라에선 두 눈이 비정상이라더니

jywind 2011. 8. 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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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생활을 하는 것의 유익 중 하나는 이방인의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국에 대해서도 이방인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고, 거주하는 국가에서도 그 국민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이방인의 눈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동안 모국에서의 생활에 안주, 정주하던 삶에서 깨어나 이 땅에서의 삶이 이방인의 삶, 나그네의 삶으로 사는 것이고 영원한 모국이 있음을 알게 되는 귀한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생활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주택 문화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얼마 전 만났던 한 미국인이 나에게 아파트에 사는지 아니면 주택에 사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주택을 지칭할 때 'permanent house'에 사느냐고 물어보았다. 주택이 '영구적인'(permanent) 것이라면 우리가 지금 사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확 깨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한국에 살 때 (특히 도시에 있으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다수이고 편하기에 아파트가 더 좋은 것이고 아파트도 영구적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 주택이 관리하는데 품도 많이 들고 아파트에 살 형편이 안 되거나 아니면 돈이 아주 많아서 관리할 사람을 거느리고 있는 경우에 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파트에서 생기는 층간 소음, 급속하게 늘어나는 아토피환자들 등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다. 오히려 역사를 더 길게 보면 가정마다 한 채씩 자기 주택이 있는 것이 본래의 주거 형태가 아니었는가 말이다.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도시로 몰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위로 쌓아올라가는 아파트가 우리나라 주거형태의 다수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재밌는 점은 그럴 필요가 없는 시골에도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점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트랙터를 타고 출근하시는 분도 목격한 적이 있다.
  주택만이 아니다. 사실 이곳에 처음 오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도 포함해서) 너무나 잘 지켜지는 교통법규에 놀란다. 고장난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에서도 차례를 지켜 지나가니 정체가 생기지 않는다. 법이란 지키라고 만들어둔 것인데,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그걸 어떻게든지 우회해보려고 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 반성 많이 하게 된다.

  - 관련기사: 책 소개- 한국의 주택, 그 유형과 변천사 (조선일보 2011년 8월 20일자)
                  ㅋ자형 → 불란서형 → 다세대…단독주택 ‘시대’를 담 (한겨레 2011년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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