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 살이

알곤퀸 주립공원

jywind 2013. 10.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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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에 와서 맞는 두 번째 가을. 한국에서도 구경하러 온다는 단풍이 궁금했다. 올해도 그냥 넘겨버리면 내년에 다시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중에서도 토론토 생활 정보를 검색하면 꼭 한 번은 나오는 '알곤퀸'이 궁금했다. 

  막상 가려니 걸리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세 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한다. 당연히 돌아오는 길도 세 시간이니 왕복 여섯 시간. 다행히 아이들이 그 정도 시간은 버틸 수 있을 만큼 컸다. 

  두 번째는 색깔. 알곤퀸 주립공원의 '가을색 보고'에 따르면 단풍은 이제 절정을 지나 내리막이란다. 이번 주 비와 바람으로 나뭇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빨강, 노랑, 초록, 파랑을 보는 대신 칙칙한 갈색만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세 번째는 날씨. 어제 일기예보에는 오늘 오전 열 한 시부터 알곤퀸에 비 확률이 육십 퍼센트 이상이었다. 도착했는데 비가 퍼붓고 있다면...? 그래도 과연 여섯 시간의 여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저녁에 자면 가족들과 기도를 했다. '무조건 달라'는 기도는 아니고 주님의 뜻에 맡깁니다 하는...


  평일보다 더 일찍 눈을 뜨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비가 오후 여섯 시로 연기되어 있다. 다들 서둘러 깨우고 준비해서 길을 나섰다. 한 시간쯤 달리다 보니 중간에 비가 내린다. 집으로 다시 가야하나 망설이다가 보니 어느새 쉬지 않고 세 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구름 사이로 해가 비추인다. 차들이 사무소에 길게 줄을 서 이용권을 구매하고 육십 번 도로로 달려 들어간다. 넓디 넓은 북미에 산 지 몇 년 된 우리에게도 알곤퀸 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넓다. 어디엔가 보니 경기도 넓이와 같다고 한다. 공원 남쪽의 일부지역을 가로지르는 도로의 길이만 오십 육 킬로미터이다. 도로 곳곳에 산책길, 캠핑장, 피크닉 장소, 미술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등산로 혹은 산책길이 있는데, 난이도가 매겨져 있다. 우리는 중간 정도 난이도이면서 전망이 좋다고 표시된 하드우드 전망길 (Hardwood Lookout Trail)부터 시작했다. 벌써 관광객들로 주차장에는 자리가 없어 육십 번 도로 변에 세우고 길을 들어섰다. 한국에서 등산을 많이 하시거나 단풍 구경을 많이 한 분들에게는 좀 시시할 수도 있겠다 싶은 길이었다.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을 낙엽도 줍고 단체 관광객을 피해 천천히 구경하며 걸었다.


아름다운 숲길을 돌아 약 사십 분 정도를 걸으니


탁 트인 곳(9번 지점)이 나오는데 앞에 있는 스모크 호수와 함께 멋진 경치가 펼쳐진다. 

다들 이 경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산책길을 나와 두 강 호수(Lake of Two Rivers) 옆에 마련된 피크닉 장소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컵라면이란다.


다음 목적지는 방문객 센터 (Algonquin Visitor Centre). 

입구 반대쪽으로는 이렇게 호수가 숲으로 변하는 곳과 함께 단풍과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리고 센터 안에는 알곤퀸 공원의 다양한 생태계를 진짜처럼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슴과 딱따구리


무스


그리고 늑대가 잡은 사슴을 먹는 독수리와 까마귀


  위의 사진에는 없지만 전시물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늑대들이다. 전시물 옆의 버튼을 누르면 늑대울음 소리(<-들어보실 분 클릭)가 난다.


  지난 여름 여러 모로 여유가 없어 나들이를 전혀 하지 못했다. 큰 아이가 새 학년이 되어 반에서 방학 때 무엇을 했는지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하는데, 학교 놀이터에서 놀고, 집에서 목욕하고, 동네 공원에서 논 것이 제일 재미있는 일이었다고 했단다. 그 말을 듣고 미안했던 마음이 오늘 나들이 덕에 조금 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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