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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으면서 처가 식구들과 함께 한 휴가에서였던 것 같다. 산에 심긴 소나무들을 보면서 미국에 가면 과연 소나무 볼 일이 있을까, 미국엔 다른 나무들이 많이 않을까 했다.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찾아오면서 울던 매미 소리도 그립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숙소 앞엔 소나무가 서있다. 매미도 운다. 다만 그 매미가 우리나라에서처럼 떼로, 계속 울어대지 않는다는게 차이점일 뿐이다. 날이 서늘해서 그런지 귀뚜라미는 계속 울어댄다. 더 재미있는 건 칼빈에 한국사람이 많아서 창문을 열어두면 한국말이 많이 들린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미국에 온건가 헷갈린다.
그렇지만, 매일 붙어서 함께 놀던 아이들과 애교스런 장난을 쳐주던 아내, 따뜻하게 보듬어 주시던 부모님은 음성만 들을 수 있다는 점은 다시 그 착각에서 깨어나게 한다. 이 곳은 미국이다. 한국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내 공부, 내 앞길은 내가 헤쳐갈 수밖에 없다는, 유학이라는 고독한 싸움을 하러 왔다는 각성을 하게 된다. 조금은 우울해지다가도 군대식(?)으로 이겨내기로 했다. 달력에 줄 그으면서 말이다. "이제 **일 남았다!" 큰 딸은 요새 기도할 때 아빠가 열 밤만 자고 오시게 해달라고 한단다. 그러면 안되는데. 학기도 시작하기 전에 소환당하는거야?
선교사님과 한국의 학교 체벌 관련 뉴스에 대한 이야기와 아침을 마치고 컴퓨터에 앉으니 좋은 소식이 기다린다. 러시아 학생, 그분이 오신댄다. 잽싸게 학교로 갔다. 신디가 언제 입주가 가능한지, 그리고 주소 관련 서류(이게 있어야 모든 게 된다) 등이 언제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한다. 먼저 알아봤던 아파트는 차가 없으면 등교가 불가능했다. 거리도 그렇고 교통도 그렇도. 그런데 학교에서 예약해둔 곳은 집에서 수업 듣는 건물까지 약 1.4km 정도니까 15~2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숙소비도 절약되고 교통비도 절약되고, 그 학생도 룸메이트 생기고, 학교도 룸메이트 찾아주어 좋고... 이런 걸 두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 이제는 일말의 불안을 느끼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학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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