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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장항준 감독이 본인의 딸이 중학교 1학년 때 수학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하기 싫은 걸로 인생 허비하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래서는 되겠나'는 반응보다는 잘했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수학은 힘들고, 본인이든 자녀든 고비를 넘지 못하고 힘들어하다가 포기하는 걸 많이 보아왔다는 것 아닐까? 우리나라의 학교 수학교육은 계산기나 컴퓨터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그 유형에 맞는 풀이과정을 사용하여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찾아낸다. 이런 작업을 잘 하는 사람이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누구나 왕년의 수퍼컴퓨터보다도 뛰어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 과연 그런 암기와 계산 능력이 정말 필요한걸까? 학교 교육에서 수학이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건 수학적인 사고 능력을 일상생활에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 아닐까?

수학교육혁신센터의 최수일 선생님은 오랫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 온 분이다. 이 분의 강의나 활동, 저서를 보면, 내가 고등학교 때 이런 수학선생님을 만났다면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고등학교 때 수포의 늪(?)에서 어렵사리 빠져 나온 적이 있다. 고1때 수학 선생님은 아이들이 대부분 선행학습을 하고 왔다는 이유로 (나는 안 하고 왔던 소수였고) 수업에서 개념 설명을 해주지 않으셨다. 선행학습 없이 입학한 소수 중 한 명이던 나는 선생님께 항의를 했지만, 선생님은 미리 공부하지 않고 온 내 탓이고 다들 하고 와서 개념설명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으니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라고 하셨다. 황당했지만 결국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학원을 다니며 뒤쳐진 진도를 따라잡는 동안 성적은 형편없었고, 시험 공포증 때문에 수학 시험지를 받으면 까맣게 보이기까지 했었다.

이제 학부모가 되어 내 아이들을 보며 하는 생각은, 이 아이들은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하거나 사교육의 도움에 과하게 의존해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제때 필요한 도움을 모든 학생들에게 주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며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를 사랑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게다가 요즘 한참 화두가 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수학은 일상의 언어를 수학적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즉, 답만 내는 문제풀이 교육을 통해서 인간 계산기를 만들어내는 수학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수학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표지와 뒷표지. 뒷표지에는 각 단원의 6단계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6학년 1학기 수학 차례. 6단원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 '수학의 미래' 체험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리뷰를 위해 받은 '수학의 미래'는 그런 도움을 주길 원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모인 책인 것 같다. 아이들이 적기에 수학의 원리를 스스로 깨쳐나가도록 도와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도록 직접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는 연습을 시킨다. 그리고 이전에 배운 개념에 새로 배우는 개념을 연결하여 수학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 이해를 자기 말로 표현하는 선생님 놀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화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집 둘째는 자주 '선생님 놀이'를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생각보다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무언가를 공부하고 나면 8살짜리 어린이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말해보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해가 안 된 것이니 다시 공부해서 쉬운 말로 풀어보는 공부방법을 사용했다고 하지 않는가?

6학년 1학기 첫 단원은 '분수의 나눗셈' (위 그림에서 6-1-1과 진한 색 동그라미로 표시)인데, 이 개념이 5학년 1학기 4과에서 배운 약분과 통분, 5학년 2학기 2과에서 배운 분수의 곱셈, 그리고 6학년 2학기 1과에서 배울 분수의 나눗셈과 연결되는 개념임을 보여준다.
책 맨 뒤에 있는 초, 중, 고 수학 개념연결 지도. 초등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수학 개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준다. 각 영역(수와 연산, 규칙성, 도형, 측정, 자료와 가능성)별로 색깔을 다르게 하고 화살표로 연결되어 이전에 배운 개념, 이후에 배울 개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쉽게 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수학 교재와 가장 구별되는 개념의 연결을 처음 두 부분인 '단원 시작'과 '기억하기'를 통해서 한다. '단원 시작'에서는 개괄을, '기억하기'에서는 이전에 배운 것 중 연결되는, 바탕이 되는 개념을 확인한다. 그리고 '생각 열기'에서는 추론, 개념, 정의, 설명 등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습득하게 하고, '개념 활동'을 통해 예제로 기본기를 다지게 한다.

단원 시작, 생각 열기, 개념 활용

그리고 표현하기(선생님 놀이)를 통해 이상에서 배운 개념을 되새기며 소화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단원 평가'를 통해 그 단원에서 배운 수학 지식을 점검할 수 있게 돕는다. 문제 해설에서도 문제 풀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참견'이라는 코너를 통해 마치 자상한 선생님이 부연설명하듯 필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표현하기, 선생님 놀이, 단원 평가, 해설

1과 분수의 나눗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과 도입. 간단한 개념 설명과 스스로 다짐하기 체크 리스트, 개념 연결 설명과 1과 공부 계획 스스로 짜기로 구성되어 있다.
기억하기, 생각열기, 개념활동. 기억하기 위에는 이 개념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개념 연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다. 생각열기에서는 실생활과 연결된 문제로 분수의 나눗셈을 생각하게 하고, 개념활동에서는 분수의 나눗셈이라는 개념에 좀더 익숙해지는 문제를 풀게 한다.
표현하기에서는 개념을 정리하고 분수의 나눗셈을 친구에게 설명하고, 다음 페이지에서는 '선생님 놀이'로 분수의 나눗셈 개념을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설명해보는 것이다. "자, 여러분, 주스 2리터를 ..." 그리고 분수의 나눗셈 개념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다시 한 번 알려준다.
대안교과서라고 해서 수학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개념 공부를 꼼꼼히 한 후 단원평가 (기본, 심화)에서는 분수의 나눗셈에 대한 일반 수학 문제집에 나올 법한 문제를 풀어본다.
답지도 일반 문제집과 큰 차이는 없다.
선생님 입장에서 분수의 나눗셈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의 단점은 이러한 과정을 아이가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같이 확인해 주고 격려해 줄 부모 혹은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학원에서 다 해 줄 거라고 모든 걸 맡겨 버리는 부모가 아니라, 매일 이 책으로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지 확인하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며 의욕을 북돋워 주는 부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부모가 없다면 초등학생이 한 학기 내내 이 책으로 혼자 공부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6학년 학생이 자기 스스로 수학 개념을 깨치고, 연습해서 수학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수학 문제집이나 참고서와 판이하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지금 내가 공부하는 이 개념이 이전에 배웠던 어떤 개념과 연결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학습에 임하게 해준다는 점, 그리고 배운 것을 자기 말로 표현하는 기회를 줌으로써 그 개념을 소화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다르다. 이 차이점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생각 없는 계산 기계가 아닌 수학적 사고를 하는 명석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책 전체가 칼라에 귀여운 그림이 많이 들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엄마표 (혹은 아빠표) 수학을 생각하고 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부모,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혹은 우리 아이가 수학적 사고를 길러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미래 시대를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모든 부모에게 '수학의 미래' 시리즈를 권하고 싶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제공한 도서체험단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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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들 중에 학교 갈 때만 되면 배가 아픈 아이들이 꽤 있다. 초등학생만 그런 게 아니다. 중학생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렇다. 중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공부’에 대한 부담이 시작된다. 작은 아이는 그 부담 때문에 중학생이 안 되고 싶었다. 그건 학부모도 마찬가지 아닐까. 중학생 학부모라면 공부 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등 신경 써서 챙겨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아진다. '중학생활 끝판왕'은 EBS 진로진학 대표강사, 학습 코칭 전문가와 현직 교사들이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은 중학생이 되는 게 두려운 학생과 중학생 학부모가 된다는 게 부담스러운 학부모에게 중학교 3년의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줘서 두려워하지 않고 중학교 시절을 마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자유학기제 안내

이 책은 중학교 수업 시간과 비슷한 6교시(6장)로 나누어져 있다. 1, 2교시는 중학생이 되면서 처음 경험하는 활동과 진로 탐색에 관한 내용이다. 1교시 '슬기로운 중학생활'에서는 중학교 각 학년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면 좋을지, 최근 시행되고 있는 자유학기(년)제는 어떤 기간인지, 중학교 생활기록부에 들어가는 자・동・봉・진은 어떻게 준비할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제목대로 중학교 3학년을 슬기롭게 보내기 위한 큰 그림을 보여준다. 2교시는 '진로 네비게이션 – 진로탐색 및 체험'으로 자기를 이해하고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검사(홀랜드, 다중지능, MBTI, 스트롱, 계열성향검사 등)와 서비스(커리어넷, 워크넷)에 대해 소개해준다.

자유학기제 안내
자유학기제 때 부모의 역할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부모도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더 많아지고,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가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중학생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짧막한 조언을 틈나는대로 제공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어떤 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조언도 많은 학부모들이 알면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인데, 다시 한 번 4단계로 짚어준다.

자녀와의 긍정적 관계 형성 위한 감정 코칭


3, 4교시는 본격적인 중학교 생활에 대한 안내로, 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학생부는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3교시 '학습 코칭 – 성적 향상 프로젝트'에서는 자신의 학습 동기와 유형, 성향을 분석하고 공신들의 공부습관을 배워 내 것으로 삼는 법을 알려준다. 또 초등학교와는 다른 중학교 성적표는 어떻게 읽는지, 특히 중학생 성적표를 받았을 때 헷갈리는 '표준편차'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간략하게 잘 설명해 준다. 각 과목별 학습법에서는 과목 특성에 맞춘 공부방법 뿐만 아니라 도움이 되는 도서 목록까지 제공한다.

MIT 교수가 말하는 좋은 공부습관 8가지
효과적인 공부방법을 나타내는 학습 피라미드
표준편차 이해하기
(좌) 다양한 노트 필기 방법 (우) 과학 개념 정리하는 요령
국어, 사회, 과학 참고도서 및 수포자 탈출법
영어 공부에 도움되는 추천 원서와 교재


3교시 후반부와 4교시 '스펙업 프로젝트 – 학생부 관리하기'에서는 학생부를 어떻게 알차게 채워갈 수 있는지 설명한다. 교과세특을 채우기 위해서 독서나 봉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생부의 독서활동을 통해서 자기주도적 진로 개척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학교에서 하는 설명회나 혹은 학원에서 도움을 받지 않으면 얻기 힘든 알찬 정보이다. 다만 독서 기반 과제 탐구를 하는데 논문 검색까지 해보라고 권하는 건 중학생 수준에서는 과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부 독서활동 기록 내용 채우기


5, 6교시는 입시에 대해 안내하는데, 단순히 어떤 고등학교에 어떻게 갈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대학의 어떤 학과를 가려면 어떤 고등학교를 가야할까 하는, 말하자면 대입을 바라보면서 고입을 준비하게 돕는다. 5교시 '대학입시는 고등학교 선택부터'에서는 고교 유형 설명과 어떤 유형의 고교를 선택하는 게 본인의 진로에 도움이 될 지 알려주며, 중3 졸업 후 고1이 되기 전 겨울방학을 어떻게 준비하며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자기주도학습 전형 면접 기출문제


6교시 '입시 실전 준비하기'는 외고 등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실시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경우 자소서나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그리고 올해 고3부터 대상이 되는 2022년 이후의 대학 입시 제도 변화에 대해서도 간명하게 설명한다. 진로에 따라 과목은 어떻게 선택하고 목표로 하는 대학과 학과는 어떻게 탐색하고 선택할지에 대한 조언, 그리고 이러한 대입 정보가 중학생의 진로 탐색에 어떤 도움이 될 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쯤되면 정말 제목 그대로 중학생활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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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시대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는 것도 찜찜할 때가 있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책 소독기가 있어서 대출 후에 넣고 돌리면 자외선과 바람으로 소독을 해 준다. 해서 오면 훨씬 맘 편하게 구식으로 책장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책을 읽을 수 있으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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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중학생 아이의 역사 시험공부를 도와주면서였다. 다른 과목보다 유독 역사를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같이 역사 교과서와 다양한 관련 도서를 읽었다. 오랜만에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역사 인물들과 사건들은 꽤 재미있었다. 아이에게 당장 읽어보라고 권하기에는 책의 두께나 내용의 깊이가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만 처용 이야기나 소빙하기 한파 이야기는 역사를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나 스스로 역사 공부와 사회에 대한 성찰, 아이와의 대화까지 여러 열매를 얻을 수 있었으니 책을 끝까지 읽은 보람이 크다.
'리스타트 한국사 도감'의 머리말에는 흥미로운 제목이 붙어 있다.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왜 망하지 않았을까?" 학창 시절 국사를 배우면서, 그리고 이제는 자녀들의 역사 공부를 도와주며 훑어보게 된 한국사의 흐름 속에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질문이다. 임진왜란의 침략국 일본과 원병을 보낸 명은 정권이 바뀌었는데, 정작 침략을 당한 조선은 그 후에도 300년을 더 버텨내었으니 말이다. 이 질문에 관해서는 책 5장 '임진왜란의 역사정치'를 읽으면 훌륭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의외로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역사 속에서 우리 조상들이 보여준 행동들이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들에 가지는 시사점을 생각해 보게 해준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외교력과 군사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최대의 국익을 얻을 수 있는지, 부동산 문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 다문화 사회와 전염병 창궐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역사의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생각거리는 무궁무진한 듯하다.

제1장 '삼국 시대의 역사정치'는 삼국 시대가 다양한 세력이 교류, 정착하며 만들어낸 역동적인 시대였음을, 그리고 그러한 다양성이 우리 역사의 뿌리에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국 시대 역사에서 흔히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 하면 인도의 아유타국에서 왔다고 하는 신라의 허황옥이 생각나지만, 이 책에서는 석탈해와 캄차카 반도의 관계, 처용과 페르시아의 관계를 다룬다. 이 두 부분에서 저자가 얼마나 공을 들여 사료 조사를 했는지, 그리고 깊이 있는 내용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가 잘 드러난다. 개인적으로 이란의 중세 서사시 '쿠시나메'에 대한 내용이 매우 흥미로웠다.

 

 

최근에 부는 부동산 광풍과 관련한 퇴계 이황이 실제로는 부동산 거부였다는 것과 딸의 부동산 투기에는 영조도 눈을 감았다는 내용도 신선했다.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이 보인다. 특히 18세기 100년 동안 쌀값은 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이 크지 않았지만, 서울(한양)의 집값은 10배로 뛰었다는 것, 공직자들의 다주택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 부동산 중개업자(집주름)도 있었고 리모델링으로 집값을 올려 팔기도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조선 시대나 현대나 국토가 한정되고 인구가 많은 한국은 부동산 문제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가 흔히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역사적 인물, 사건의 모습을 발견하는 배움의 기회도 많다. 개혁 군주로 생각하는 정조가 실은 100년 후 조선의 멸망을 향한 문을 열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이 특히 충격적이었다. 기독교의 성서에도 보면 흔히 지혜의 왕으로 꼽히는 솔로몬이 실은 이스라엘 왕국의 분열과 분열된 남북 왕국이 결국은 멸망하는 실마리를 제공하였다는 것을 보더라도, 역사의 흐름은 일반적 상식과 다른 경우가 있음을 발견하는 세심한 노력이 역사 이해에 필요하다.

 

우리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되새겨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이 책은 '도감'이라는 제목처럼 지도와 표 자료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다. 그렇지만 '도감'이라고 불리기에는 지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출판사에서 '지도로 읽는다' 시리즈에 끼워 맞추기 위해 제목을 그렇게 지은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원래 이 책이 우리 역사와 현재의 사회, 정치, 경제 상황을 연결하는 작업이었던 저자의 중앙일보에 연재를 보강한 것이니만큼 원래 그 본질은 우리 역사에 대한 저자의 깊고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이다. 이 부분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제목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실려있는 그림들도 내용의 무게와 차분함과는 결이 다르게 과하게 알록달록한 느낌이다.

 

이 책은 '한국사'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조선 역사가 전체 6장 중에서 4장을 차지한다. 조선 역사 위주의 책에 삼국, 고려 시대 역사를 덧붙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실록 덕분에 풍성한 사료를 가진 조선사와 달리 삼국사, 고려사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지은이 소개에 나오는 것처럼 저자가 조선 후기 사회변동과 기후변화를 연결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은 만큼 조선 역사가 이 책의 주된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로는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때로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현재에 필요한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exegesis)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을 과도하게 역사적 현장 속으로 밀어넣어 해석하는 듯한 (eisegesis)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소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면서 우리 역사와 현실에 대해 해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문제를 부여잡고 씨름하다보면 생각의 깊이가 한층 깊어질 것이다. 역사 공부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준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역사를 거울 삼아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각 시대가 처한 고민도 마찬가지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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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도대체 뭘까? 얼핏 무쓸모처럼 보이는 철학에 대한 책이 이렇게나 많이 출판되는 건 왜일까? 정말 철학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철학자들의 학문인 철학과 개똥철학은 완전히 다른 걸까? '철학'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지적인 도전을 위해, 다른 사람은 인생의 방향을 잡기 위해 철학책을 집어 든다.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수업'은 제목만 봐서는 상당히 무겁고 딱딱해 보인다. 표지의 그림을 봐서는 너무 점잖아 보인다. 그렇지만 책을 펴서 첫 장의 문체를 접하는 순간, 그리고 바로 옆의 만화를 보는 순간, 제목 때문에 이 재미있는 책을 지나칠 뻔했구나 싶다.

 

 

이, 이보시오, 의사 선생. 만약 아침에 깨어난다면이라니...

이 책의 영어 제목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그린다 (I think therefore I draw)"이다.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을 응용한 이 원제는 이 책이 어떤 성격인지를 잘 보여준다. 원제의 센스를 잘 살렸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버드 철학자들의 인생수업'이라는 평범하고 무거운 제목이라 책에 넘쳐흐르는 재치를 충분히 담지 못한 듯하다. (개정판이 나올 때는 재치 넘치는 제목으로 바뀌어 있길 기대해본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숙고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철학에 쉽게,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화와 유머로 무장한 책이다. 그래서 어떤 철학 입문서보다도 다양한 철학자들의 사상에 겁먹지 않고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책 뒤에는 책에 등장한 철학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까지 붙어 있다.

 

하하하. 눈사람이 대출 받으러 오면서 그런 문제도 생각 안 했을까봐.
우주의 섭리는 얼마나 간단한지, 그리고 승진하기는 얼마나 쉬운지.

이 책에서는 18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들이 답을 찾아 헤메던 문제들이다. 이 18가지 주제를 다시 내 마음대로 네 가지로 묶으면 (1)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2) 앎이란 무엇인가 (3) 지혜와 경험 (4) 철학의 쓸모 (실용성) 쯤 될 것 같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지

그중에서 몇몇 장이 관심을 끌었다. 이런 제목들이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 올바른 사회란 무엇인가, 인생은 계속 거짓말을 한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법,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여전히 쓸모 있다. 적어놓고 보니 '나'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들, 올바름과 좋음이라는 가치, 함께 살아가는 사회 등에 대한 주제들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인지, 그런 것들이 내가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가 보다.

선생님은 할 말을 잃었다...

만화들 중에서 교육에 대한 것, 교실에서의 선생님과 아이의 대화도 흥미로웠다. 보통 아이들이 교실에서 할 것 같지 않은 질문, 그렇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음직한 질문을 던지는 아이. 선생님 채점 방식은 시험 잘 보는 애들에게나 유리하다니. 정말 놀라운 질문 아닌가. 열심히 사는 사람만 잘 사는 세상이라니, 불공평한 것 아닌가요 같은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학생이 학교의 채점 기준에 대해서는 쉽게 질문을 제기하지 못 하듯이, 빈부격차 같은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 우리에게 저런 만화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역시 교실에서 일어난 일 (같은 작가)에 대한 만화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충격적이다. 아이들에게 1+1=2라는 답을 어떻게 얻었는지 과정을 설명해 달라니... 선생님은 답을 알고 던진 질문일까? 그런데 이런 상황을 통해 저자들은 지식은 어떻게 얻는 것일까, 즉 배워서 아는 것일까, 경험해서 아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한다.

아이의 표정은 기가 막힌 걸까, 자신 있는 걸까?

저런 질문들을 볼 때면 사람들은 정말 쓸 데 없는 생각을 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철학의 쓸모에 대한 것이다. 보통 철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질문을 붙들고 씨름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이 철학이다. 특히 이 책은 만화와 함께 철학이 역사적으로 다뤄온 다양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데, 만화와 저자의 문체 (그리고 역자의 부드러운 번역) 덕분에 겁 먹지 않고 그런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부담스러운 철학자들의 사상을 만화와 유머를 통해 우리가 고민하는 삶의 중요한 문제들과 연결시켜 소개한다. 철학에 재미를 붙이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만화가와 저자의 재치 덕분에 겁 없이 철학의 세계에 뛰어들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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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닌 지 오래된 아이일수록 질문이 점점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릴 땐 귀찮을 정도로 세상의 하찮은 모든 것들에 대해 묻던 아이들이 말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말만 하지 않을 뿐 여전히 머릿속엔 질문이 가득한 걸까, 아니면 그 많던 질문이 바싹 말라버리는 걸까. 사람이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힘은 질문에서 나온다. 학문에서도 질문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과 행동이 나온다. 그런 힘을 가진 질문은 단순한 사실을 묻는 학교 기말고사의 오지선다형 질문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이유 같은 근원적 질문에서 나온다. 그러한 질문을 수천 년 동안 다듬어 온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이 책은 열다섯 가지 철학 문제와 그에 관한 설명을 통해 나와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철학의 하위 분류인 논리학, 미학, 윤리학, 인식론, 존재론, 형이상학이 아니라 이 책에서는 자연 철학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낼까?), 인간 철학 (나는 뭘 원하고 뭘 할 수 있을까?), 언어 철학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관점의 전환 (내 생각 없이 잘 살 수 있을까?)의 네 장으로 나누어 놓았다. 각 장에서는 다시 서너 개의 질문과 관련된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 사상이 탄생하게 된 배경, 철학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므로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철학자 마주보기 (철학자 소개), 철학자의 생각 엿보기 (사상의 소개 및 탄생 배경), 이 사람이 궁금해 (그 철학자 및 사상과 관계된 다른 사상가들), 철학자 따라잡기 (사상에 대한 분석), 사고 확장하기 (그 사상과 다른 분야와의 연계) 등의 부분들이 각 질문에 대한 답을 구성하고 있다. 또 저자가 어린이들과 만나면서 들었던 수많은 질문들 중 그 부분의 사상과 관계되는 질문들도 소개하면서 청소년 독자들이 본인들의 질문도 독서 과정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장 첫 번째로 소개되는 학자는 탈레스이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을 한 철학자이다. 세상 모든 것들의 공통, 근본 원소는 무엇인가? 그러한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철학이란 종합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된다. 또 여섯 번째 이야기의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서는 법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의 구분을 통해 정의의 실현과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아홉 번째 이야기의 메를로퐁티를 통해서는 인간이란 현실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표현하는 존재라는 점을, 열세 번째로 소개되는 플라톤 이야기에서는 유명한 동굴 우화를 통해서 상징과 상상이 현실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서론에서 저자는 이런 질문들이 모여서 집단 지성을 이루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인류가 개인은 해낼 수 없는 문제의 발견과 해결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주어진 질문에 효율적으로 답하는 사람으로만 길러지는 대신,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의하면서 생각의 저변을 넓혀나가며 서로 힘을 모아 나아가는 경험을 한다면 지금처럼 사회가 양극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혼란함과는 다른 모습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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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정보를 글로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에서 어휘력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어휘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어휘력이 높아지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영상 매체의 홍수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어휘에 노출시킨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 '초등 국어 한자가 어휘력이다'는 그런 점에서 어휘력에 대한 고민이 있는 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사실 처음 받아들었을 땐 걱정이 있었다. 아무리 사교육이 필수인 것처럼 생각되는 시대이지만 초등 1, 2학년이라는 너무 이른 시절부터 한자로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 책을 펼쳐 살펴보니 그런 걱정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한자는 전부 30자이다. 이 한자들을 학교 생활, 자연, 문학, 가족 등의 모둠으로 나누고, 30일 계획표에 맞추어 진행한다면 (주말은 쉰다고 생각하고) 약 한 달 반 정도면 전체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모가 과하게, 억지로 몰아붙이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겠다 싶다. 

 

저학년 대상이므로 큼직한 글씨로 쓰여져 있는 것이 맘에 든다. 다만 아직도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한글을 못 읽는 아이들이 있으므로 (그리고 그게 이상한 게 아니다. 1학년 들어가면 한글을 배우게 되어 있으니까.) 1, 2학년 대상이라고 해도 내 마음 같아서는 하루라도 더 나이를 먹었을 때, 2학년 2학기는 되어서 사용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각 섹션이 끝나면 어휘력 점검하기가 있고 맨 뒤에는 이 책에 나오는 한자 35자 (30자에다가 같이 나오는 한자 5자가 더 있다)를 한데 모아둔 일람표를 잘라서 따로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한자 급수로 8-6급 중 획순이 적고 1, 2학년 교과서에 많이 나오는 어휘에 포함된 한자들로 선정했다고 한다. 상형, 지사 같은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그 한자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그림과 함께 쉽게 설명해준다. 

 

 

덤으로 배움노트가 따라왔다. 예스 24에서도 키출판사 판촉행사로 같이 보내주는 모양이다. 한자 공부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쓸 수 있는 배움 일기 같은 공책이다. '초등 국어 한자가 어휘력이다'와 함께 사용하면 어휘력을 단단히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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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최근 10년간 세 나라, 세 도시를 옮겨 다니며 살아야 했다. 그런데 항상 그 도시에 이사 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있는데 바로 공립 도서관 카드를 만드는 일이다. 책을 가까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우리 부부는 그렇게 도서관 카드를 만들고, 이후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드나들며 아이들이 읽는 책을 함께 읽고 대화하며, 때로는 책과 관련 있는 곳으로 가족 여행을 다녔다.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여행하는 가족 경험이 아이들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보아왔기에 어린아이들이 있는 친척들에게도 독서, 여행을 적극 권했다. 

 

문제는 부모도, 아이도 너무나 바쁜 한국 상황에서는 그런 삶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그런 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이 어릴 때 상대적으로 생활 리듬이 느리면서도 공립 도서관 시설이 잘 갖추어진 해외에서 살고 있었고, 10년 전 집의 TV를 과감하게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한국 상황에선 불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면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 나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예스24 리뷰어 클럽을 통해 만난 책이 바로 “초등 저학년 독서습관 만드는 결정적 시기”이다. 

 

… 소리 내어 읽는 것이 글로 적힌 정보를 잘 기억하는 최고의 방법 … (p. 110) 

 

‘결정적 시기 가설’에서 따온 듯한 제목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자녀들의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라는 것이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써 초등 교사 독서 모임 회장도 맡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 초등학교 학부모가 자녀의 독서 습관 형성을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 책의 주인공으로서 인생을 한 번 더 살아본다” (p. 34) 

책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p. 121)

이 책은 아이의 독서 습관과 부모의 태도에 대한 체크리스트로부터 시작해서, 독서가 자녀의 지성, 인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 독서를 통해 돈독해지는 부모와 자녀 관계, 발달 단계별, 특히 초등 저학년 (1, 2)과 중학년 (3, 4)에 필요한 접근법, 학교 공부와 독서 습관의 연관성, 학교 도서관 사용하는 방법, 학교의 각 교과목과 관련된 책의 목록과 초등학교 학생들이 읽기에 적합한 고전의 목록, 부모가 아이의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실천할 원칙,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아이와 함께 독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서 따라갈 수 있는 일주일 프로젝트 (이것을 좀 더 천천히 따라가면 한 달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책 읽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한 상황별 솔루션까지 담고 있다. 

 

사실상 독서습관을 부모가 만들어 줄 수 있는 마지막 시기가 초등학교 3, 4학년입니다. (pp. 84-85)

어떤 효과적인 방법이라도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으면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p. 94)

 

이 책이 말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한 문장 요약도 바로 이 책에서 추천하는 독후 활동 중 하나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세요”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을 정해 놓고, 같은 책을, 소리내어, 즐겁게, 함께 자녀와 책을 읽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책 읽기 습관을 형성하고 또 평생 유지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은 그처럼 소중하면서도 길러주기 쉽지 않은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중요한 과제를 해낼 수 있도록 부모님들을 실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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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쓸 때마다 마지막 서명란에 해당하는 부분 이름 다음에 무엇을 쓸지 고민하게 된다.

이럴 땐 권위 있는 기관의 설명을 참조하는 것이 제일 낫겠다 싶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보았다. 


편지 쓰는 법 (2010. 12. 30)에서는 국립국어원의 1992년 '표준 화법 해설'을 참조해서 서명란을 쓰는 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윗사람에게는 '- 올림, - 드림'

- 동료에게는 '- 드림'

- 아랫사람에게는 '- 씀, - 가'

- 회사나 단체는 '- 회사 사장 - 올림(드림)'


그러니 '드림'이 윗사람, 동료 등에게 두루 쓰일 수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올림', '드림', '배상' (2007. 3. 8.)에서는 '배상(拜上)'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절하며 올림'이라는 뜻으로 요즘에는 많이 쓰지 않는다고. 


설명을 읽고 다시 이메일에 대해 생각해 본다. 붓이나 펜으로 정성스레 글자체까지 신경 써서 편지를 쓰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손글씨 모양새 걱정 없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쓴다. 그렇지만 올리고, 드리고, 절해 바치는 것이 이메일이라면, 여전히 그 알맹이와 모양새에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것 같다. 생각 없이 빠르게 쓰고 잊던 이메일이었는데 새삼 조심스러워진다. 


'새국어생활 제2권 제1호' (1992년 봄)에서 좀 더 다양하고 자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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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라는 책을 몇 년 전 사서 틈이 날 때마다 읽고 있다. 원래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설교에서도 사용하고 싶은 마음에 산 책인데, 정작 별로 읽지도 써먹지도 못했다.
  오늘 잠시 쉬면서 읽다보니 '멍텅구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에 의하면, 원래 이 멍텅구리라는 말이 '뚝지'라는 물고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심퉁 난 것처럼, 무뚝뚝한 것처럼 생겼다.
(외모로 판단하면 안 되는데, 사람이 아니니 한 번만 넘어가자)  생긴 것처럼 동작도 굼뜨고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도 가지 않는다 한다. 책에 나온 '멍텅구리'는 병(甁)의 한 종류였다.
어느 세계나 그런 것처럼 병의 세계에도 멍청한 녀석이 있다. 병의 목이 좀 두툼하게 올라와서 볼품없이 생긴 되들이 병을 멍텅구리라고 하는 것이다. 바보처럼 양만 많이 들어가는 병이라는 뜻이다.
  문득 이 부분을 읽다가 학교 교육을 오래 받고도 왜 멍텅구리가 되는지 깨닫게 되었다. 진도 빼는 교육, 양만 많이 채워넣는 교육이 멍텅구리를 만드는 것이다. 왜 가르쳐야 하는지, 왜 배워야 하는지 이유는 모른다. 시험에서 또래들을 이길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양을 채워 넣는 것이다. 바보처럼 양만 많이. 그런 바보를 똑똑하다고 천재라고 하니까 자꾸 더 채워넣는다. 시험이 끝나면 결국 다 잊어버리는데.
  지금 하는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말뜻이었다. 무작정 채워넣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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