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TV 프로그램에서 장항준 감독이 본인의 딸이 중학교 1학년 때 수학을 포기하겠다고 해서 '하기 싫은 걸로 인생 허비하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래서는 되겠나'는 반응보다는 잘했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그만큼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수학은 힘들고, 본인이든 자녀든 고비를 넘지 못하고 힘들어하다가 포기하는 걸 많이 보아왔다는 것 아닐까? 우리나라의 학교 수학교육은 계산기나 컴퓨터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그 유형에 맞는 풀이과정을 사용하여 빠른 시간 내에 정답을 찾아낸다. 이런 작업을 잘 하는 사람이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누구나 왕년의 수퍼컴퓨터보다도 뛰어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 과연 그런 암기와 계산 능력이 정말 필요한걸까? 학교 교육에서 수학이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건 수학적인 사고 능력을 일상생활에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 아닐까?
수학교육혁신센터의 최수일 선생님은 오랫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해 온 분이다. 이 분의 강의나 활동, 저서를 보면, 내가 고등학교 때 이런 수학선생님을 만났다면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고등학교 때 수포의 늪(?)에서 어렵사리 빠져 나온 적이 있다. 고1때 수학 선생님은 아이들이 대부분 선행학습을 하고 왔다는 이유로 (나는 안 하고 왔던 소수였고) 수업에서 개념 설명을 해주지 않으셨다. 선행학습 없이 입학한 소수 중 한 명이던 나는 선생님께 항의를 했지만, 선생님은 미리 공부하지 않고 온 내 탓이고 다들 하고 와서 개념설명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으니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오라고 하셨다. 황당했지만 결국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학원을 다니며 뒤쳐진 진도를 따라잡는 동안 성적은 형편없었고, 시험 공포증 때문에 수학 시험지를 받으면 까맣게 보이기까지 했었다.
이제 학부모가 되어 내 아이들을 보며 하는 생각은, 이 아이들은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하거나 사교육의 도움에 과하게 의존해서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제때 필요한 도움을 모든 학생들에게 주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며 수학뿐만 아니라 모든 공부를 사랑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게다가 요즘 한참 화두가 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수학은 일상의 언어를 수학적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즉, 답만 내는 문제풀이 교육을 통해서 인간 계산기를 만들어내는 수학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수학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수학의 미래' 체험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리뷰를 위해 받은 '수학의 미래'는 그런 도움을 주길 원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이 모인 책인 것 같다. 아이들이 적기에 수학의 원리를 스스로 깨쳐나가도록 도와주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도록 직접 개념과 개념을 연결하는 연습을 시킨다. 그리고 이전에 배운 개념에 새로 배우는 개념을 연결하여 수학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 이해를 자기 말로 표현하는 선생님 놀이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강화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집 둘째는 자주 '선생님 놀이'를 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생각보다 본인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았다. 유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무언가를 공부하고 나면 8살짜리 어린이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말해보고,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해가 안 된 것이니 다시 공부해서 쉬운 말로 풀어보는 공부방법을 사용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 책의 장점은 이상과 같은 과정을 통해 수학을 공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점이다. 기존의 수학 교재와 가장 구별되는 개념의 연결을 처음 두 부분인 '단원 시작'과 '기억하기'를 통해서 한다. '단원 시작'에서는 개괄을, '기억하기'에서는 이전에 배운 것 중 연결되는, 바탕이 되는 개념을 확인한다. 그리고 '생각 열기'에서는 추론, 개념, 정의, 설명 등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습득하게 하고, '개념 활동'을 통해 예제로 기본기를 다지게 한다.
그리고 표현하기(선생님 놀이)를 통해 이상에서 배운 개념을 되새기며 소화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단원 평가'를 통해 그 단원에서 배운 수학 지식을 점검할 수 있게 돕는다. 문제 해설에서도 문제 풀이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참견'이라는 코너를 통해 마치 자상한 선생님이 부연설명하듯 필요한 추가 정보를 제공한다.
1과 분수의 나눗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단점은 이러한 과정을 아이가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같이 확인해 주고 격려해 줄 부모 혹은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학원에서 다 해 줄 거라고 모든 걸 맡겨 버리는 부모가 아니라, 매일 이 책으로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지 확인하고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며 의욕을 북돋워 주는 부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 부모가 없다면 초등학생이 한 학기 내내 이 책으로 혼자 공부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6학년 학생이 자기 스스로 수학 개념을 깨치고, 연습해서 수학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학생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지만 기존의 수학 문제집이나 참고서와 판이하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지금 내가 공부하는 이 개념이 이전에 배웠던 어떤 개념과 연결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학습에 임하게 해준다는 점, 그리고 배운 것을 자기 말로 표현하는 기회를 줌으로써 그 개념을 소화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다르다. 이 차이점들이 이 책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생각 없는 계산 기계가 아닌 수학적 사고를 하는 명석한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책 전체가 칼라에 귀여운 그림이 많이 들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다.
엄마표 (혹은 아빠표) 수학을 생각하고 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부모,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혹은 우리 아이가 수학적 사고를 길러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미래 시대를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모든 부모에게 '수학의 미래' 시리즈를 권하고 싶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제공한 도서체험단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