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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이 시행되더라도 재외국민은 참여할 수 없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내가 한 마디. 그러니까 재외국민은 '제외'국민인거지. 제외국민이라는 명칭이 팍 와 닿는다. 본국에 사는 국민은 경험할 수 없는 설움 때문이랄까. 새 대통령도 내 손으로 못 뽑아. 게다가 해외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야.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 본국에 사는 국민도 제외국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걸. 언제쯤 우리는 국력에 맞는 국민 대접 받으며 살게 될까. 


[2017.3.2]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조기 대선이 시행되는 경우에도 재외국민, 국외부재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단다 

                     - 인터넷 캐나다 한국일보 2017년 3월 2일자 조기 대선 시 한 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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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보았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지만,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여자분이 외국에서 어떤 노신사에게 "Do you have the time?"이라는 질문을 듣고,

작업 거는 멘트로 알고 쌀쌀맞게 거절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그 표현이 시간을 묻는 것이라는 걸 알고는 무안해 했다는 이야기였다.

읽고 난 후 명심해 두겠다 다짐했었다.


지난 주말이었다.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비가 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산을 꺼내려는데 모자를 삐딱하게 쓴 청년이 다가오며 높은 톤의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청: Do you have the time?

나: No. Sorry.

청: Approximately...

나: Sorry.


굳이 변명을 하자면 가족들 비 안 맞게 하려고 우산 꺼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겠다. 

우산에 대한 생각으로 꽉찬 당시 내 머리 속에 비집고 들어온 그 대화의 의미는 이러했다.


청: 저, 시간 좀 있으세요? (껄렁)

나: 아니. 미안. (단호)

청: 대략 쫌만이라도...

나: 미안. (쌀쌀)


차를 타니 가족들이 그 아저씨 무슨 말을 했냐고 묻는다.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감이 온다.


청: 지금 몇 시인가요? (공손)

나: 아니. 미안.  (쌀쌀)

청: 대략이라도... (애절)

나: 미안.  (쌀쌀) 


그 영화관은 광역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있다. 청년은 서점 방향에서 오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가 버스 시간이 다되어 급하게 나온 것 같았다. 

버스 시간에 늦었나 마음 급한 청년에게 쌀쌀 맞은 뜬금포를 날린거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그 청년의 애절한 목소리가 머리 속에 울린다.


"대강이라도 좋으니 시간 좀 알려 주세요!"


청년이여, 시간이 없어 미안하다. 영어 공부 열심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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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는 5월 초까지도 눈이 오는 곳이다. 4월의 일기예보에도 '아직 겨울 외투를 넣지 말라', '스노우 타이어를 갈지 말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러더니 4월 3일 저녁 10cm 정도의 눈이 내리고 체감기온이 영하 15도로 떨어졌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었지만, 올 겨울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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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렇게 크게 일을 벌릴 생각이 아니었다. 허브 화분 두어 개 창가에 두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키우던 식물들에 어디서 받아온 콩까지 한꺼번에 심으니 창가가 수풀처럼 되어 버렸다. 


창문가 텃밭을 바라보는 농부의 수심은 깊어 가는데... (나 혼자 이놈들을 다 보살펴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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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간 지내면서 느낀 캐나다 토론토의 계절 변화는 이렇다.


겨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울 - 봄 - 여르으으으음 - 가을 - 겨우우우ㅇ....


그 봄이 왔다. 물론 '겨우우우...' 이거 잊지 말라고 5월인데도 서리주의보가 내리기도 하지만 엄연한 봄이다. 봄이 오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알러지가 심한 사람들에겐 두려운 그것. 꽃가루이다. 


이번 봄이 늦게 오는 바람에 꽃과 나무들이 기다리고만 있다가 한꺼번에 꽃가루를 뿜어내었다고 한다.

그 결과 pollen tsunami, 꽃가루 쓰나미가 몰려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봄철만 되면 꽃가루 알러지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더욱 괴로운 봄철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Allergy sufferers: Rare pollen 'tsunami' has you sneezing (The Weather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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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들은 종종 엄마, 아빠에게 카드 혹은 쪽지를 쓴다. 감기 빨리 나으세요, 놀러 가고 싶어요, 출장에서 돌아오셔서 기뻐요, 그냥 선물이에요 등등... 이제는 그렇게 받은 카드가 정리가 안 되는 수준이 되어 안 볼 때 몰래 내다버리기도 할 지경이 되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다가 언제 받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감사 카드를 발견했다. 표지는 아이들의 다른 감사 카드처럼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 그리고 급하게 그린 표지 그림이 있다. 




카드를 열어보았다. 이렇게 써 있다.


맛있다.

고맙습니다 왜냐믄요 자몽통조림를 주섰엇요.

가온 올림



아마 작년에 받은 것 같다. 처음으로 자몽 통조림을 사서 먹었는데 맛있다며 난리 법석이었던 적이 있었다. 고마운 점은 맛있다로 끝나지 않고 그걸 사온 사람 혹은 사자고 한 사람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것이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왜 그런 예쁜 마음을 잃었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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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년 전의 일이다. 미국에 도착한지 세 달 정도 된 아이들에게 아내는 장난감 싱크대를 선물하고 싶어 했다. 장난감을 살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아빠, 엄마도 자기가 어릴 때 좋아하던 장난감, 원했지만 사지 못했던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사주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라고 쓰고 '나도 드디어 갖고 놀겠구나!'라고 읽는다). 


문제는 이 싱크대를 아이들이 갖고 놀기 위해 아빠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 장난감이 아니라 가구였다. 이케아 가구처럼 상자에 납작하게 포장되어 온 널판지들을 설명서를 보고 차근차근 아래 사진에 나오는 저 모양으로 조립해야 한다. 동네 마트에서 싼 값에 사 온 책장과는 조립 난이도가 다르다. 북미에 몇 년 살면서 이제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거의 두 시간에 걸쳐 땀을 흘리며 조립을 했던 기억이 있다. 


[조립한 날 신나게 가지고 놀던 아이들의 모습]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꽤 거금을 주고 산 물건을 이사한다고 놔두고 올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삿짐을 부치는 컨테이너 공간에 저 상태로 들어가면 다른 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 집 조립/해체 전문가(라고 쓰고 '억지로 될 수밖에 없었던'이라고 읽어야 한다) 내가 조립설명서를 보며 "분해는 조립의 역순"을 외치며 원래 상태로 분해해서 상자에 가지런히 처음 배송된 상태 비슷하게 포장을 했다. 볼트와 너트도 종류별로 테이프로 감아 알파벳을 붙여 함께. 그리고 캐나다에 도착해 다시 조립.


[처음 만났을 때 기념사진 자세 그대로 약 4년 만에 다시 한 장 찰칵]


캐나다에 온 지도 3년이 다 되어 간다. 위 사진에서처럼 아이들도 훌쩍 커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더는 장난감 싱크대에서 소꿉놀이를 하지 않는다. 작년부터는 아이들이 사물함으로 쓰게 되었다. 아이들 수준에 맞지 않는 장난감이 된 것이다. 


여전히 상태가 괜찮아 그냥 버리기는 참 아까웠다. 이런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곳에 가져다주었으면 하고 찾고 있다가 필요로 하는 분을 만났다. 그런데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싱크대가 가는 중간에 부서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립/해체 전문가 다시 호출. 다시 일일이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싱크대를 다시 하나씩 해체하다 보니 문득 아이들과 함께 보았던 영화 '토이 스토리 3'가 생각났다. 장난감을 갖고 놀던 주인공 앤디가 자라면서 자기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동네 동생에게 주는 장면이 나온다. 앤디와 장난감들이 헤어지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며 온 가족이 울컥했었다. 장난감이 떠난다는 것, 아이들이 그만큼 자랐다는 얘기겠지?

얘들아 고마워. Thanks guys. 

잘 가, 파트너. So long partner.

싱크대, 그동안 고마웠어. 잘 가. 새 친구들도 즐겁게 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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