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 전의 일이다. 미국에 도착한지 세 달 정도 된 아이들에게 아내는 장난감 싱크대를 선물하고 싶어 했다. 장난감을 살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아빠, 엄마도 자기가 어릴 때 좋아하던 장난감, 원했지만 사지 못했던 장난감을 아이들에게 사주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라고 쓰고 '나도 드디어 갖고 놀겠구나!'라고 읽는다).
문제는 이 싱크대를 아이들이 갖고 놀기 위해 아빠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 장난감이 아니라 가구였다. 이케아 가구처럼 상자에 납작하게 포장되어 온 널판지들을 설명서를 보고 차근차근 아래 사진에 나오는 저 모양으로 조립해야 한다. 동네 마트에서 싼 값에 사 온 책장과는 조립 난이도가 다르다. 북미에 몇 년 살면서 이제는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거의 두 시간에 걸쳐 땀을 흘리며 조립을 했던 기억이 있다.

[조립한 날 신나게 가지고 놀던 아이들의 모습]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꽤 거금을 주고 산 물건을 이사한다고 놔두고 올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삿짐을 부치는 컨테이너 공간에 저 상태로 들어가면 다른 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 집 조립/해체 전문가(라고 쓰고 '억지로 될 수밖에 없었던'이라고 읽어야 한다) 내가 조립설명서를 보며 "분해는 조립의 역순"을 외치며 원래 상태로 분해해서 상자에 가지런히 처음 배송된 상태 비슷하게 포장을 했다. 볼트와 너트도 종류별로 테이프로 감아 알파벳을 붙여 함께. 그리고 캐나다에 도착해 다시 조립.

[처음 만났을 때 기념사진 자세 그대로 약 4년 만에 다시 한 장 찰칵]
캐나다에 온 지도 3년이 다 되어 간다. 위 사진에서처럼 아이들도 훌쩍 커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더는 장난감 싱크대에서 소꿉놀이를 하지 않는다. 작년부터는 아이들이 사물함으로 쓰게 되었다. 아이들 수준에 맞지 않는 장난감이 된 것이다.
여전히 상태가 괜찮아 그냥 버리기는 참 아까웠다. 이런 장난감이 있어야 하는 곳에 가져다주었으면 하고 찾고 있다가 필요로 하는 분을 만났다. 그런데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싱크대가 가는 중간에 부서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립/해체 전문가 다시 호출. 다시 일일이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싱크대를 다시 하나씩 해체하다 보니 문득 아이들과 함께 보았던 영화 '토이 스토리 3'가 생각났다. 장난감을 갖고 놀던 주인공 앤디가 자라면서 자기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동네 동생에게 주는 장면이 나온다. 앤디와 장난감들이 헤어지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보며 온 가족이 울컥했었다. 장난감이 떠난다는 것, 아이들이 그만큼 자랐다는 얘기겠지?
얘들아 고마워. Thanks guys.
잘 가, 파트너. So long partner.
싱크대, 그동안 고마웠어. 잘 가. 새 친구들도 즐겁게 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