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보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많은 기대를 갖고 갔다가 아쉬움을 안고 돌아왔다.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그런데 며칠째 그 아쉬움이 가시질 않았다. 한 번 더 가서 제대로 보고 오지 않으면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우리도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일주일간 눈과 추위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토요일을 거사일로 잡았다.
아침을 먹고 나선 길, 여전히 추운 날씨 탓인지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아 약 한 시간 반만에 나이아가라 지역에 도착했다.
일주일 전에 갈 때는 갑자기 가느라 충분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나름 사전 조사와 계획 후에 움직였다. 신국원 교수님의 '니고데모의 안경'에 보면 세계관에 대한 비유로 나이아가라를 갈 때 스카이론 타워를 먼저 올라가 조망을 하는 것이 좋다는 구절이 나온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고 나면 전체 그림이 들어와 돌아보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카이론 타워를 첫 번째 목적지로 삼았다. 그 다음은 폭포 밑이나 뒤에서의 직접 체험이 계절 때문에 힘드니 간접 체험을 하기로 하고 IMAX 영화관으로 잡았다. IMAX 영화관 사이트를 보니 스카이론 타워 입장권과 합친 할인권을 온라인 구매시 할인하는 상품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폭포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폭포를 직접 보는 것으로 잡았다.
시간을 보니 먼저 IMAX 영화를 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어머니는 실감나는 북소리 배경음악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려 힘드셨다 한다. 그렇지만 나이아가라 폭포의 이름 유래, 전설, 역사적인 사건들을 물 튀기지 않고 발품 팔지 않고 골고루 볼 수 있고, 게다가 마지막에는 항공기로 촬영한 나이아가라 풍광이 서비스로 펼쳐지기에 꽤 괜찮은 볼거리였다. 좀 허접하지만 그 옆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전한 사람들이 탔던 물품들이 전시된 곳도 있다.
--------------------------------------------------------------------------------------
[스카이론 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캐나다쪽 말굽폭포]
--------------------------------------------------------------------------------------
영화를 보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타워로 갔다. 꽤 오래전에 지어졌는지 문이나 엘리베이터 등의 시설이 낡았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문이 잘 닫히질 않아 직원이 손으로 당겨 닫았다. 전망대 층으로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잠깐 깜깜하게 어두워진다. 손으로 문도 닫고, 불도 안 켜진다며 엘리베이터 담당 직원이 농담을 한다. 올라가보니 펼쳐진 경치는 본전 생각나지 않게 해주었다. 오랜만에 화창하게 갠 겨울 날씨 속에 나이아가라 폭포와 강, 주변 전경은 물론이고 며칠 눈이 내려 깨끗해진 하늘 덕에 온타리오 호수 너머 토론토 다운타운까지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보니 미국쪽 폭포와 캐나다쪽 말굽 폭포 둘다 한눈에 들어온다.
--------------------------------------------------------------------------------------
[왼쪽 일직선 폭포가 미국쪽 폭포, 오른쪽의 물보라가 일어나는 폭포가 캐나다쪽 말굽 폭포]
[스카이론타워에서 북쪽으로 온타리오 호수를 바라보았더니...]
[멀리 CN 타워를 비롯한 토론토 다운타운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인다]
--------------------------------------------------------------------------------------
내려와서 차로 폭포쪽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여름이고 어른만 있다면 차를 대어두고 걸어가겠지만, 괜히 겨울에 노약자들과 절약한다고 그랬다가는 병원비가 더 나올 듯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폭포로 가니 쨍하니 뜬 해 덕분에 쌍무지개가 뜬 나이아가라 폭포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얼음으로 뒤덮인 나무들 사이로 무지개와 물보라가 얹혀진 나이아가라 폭포의 모습은 지난 두 번보다 훨씬 멋졌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니 지난 번의 아쉬움은 완전히 씻겨나간 듯 하다.
--------------------------------------------------------------------------------------
[웰컴 센터 앞에서 바라본 캐나다쪽 말굽 폭포, 미국 폭포, 그리고 레인보우 브릿지 (오른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