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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집애 같다"는 말이 칭찬으로 사용되는 적이 있을까? 

이 광고를 보고 딸 아빠로써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어떤 사람으로 기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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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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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배운 대로 산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배운'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배운' 것들은 피타고라스 정리, 피보나치 수열, 케플러의 법칙, 조동사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문제는 바로 사람에 대한 문제,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에게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혹은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왜 그 사람은 나만 힘들게 하는 걸까? 내가 잘못한 걸까, 아니면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 걸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다름 아닌 '습관'이다. 습관이란 계속되는 행동을 통해 굳어진 성향, 행동 방식이다. 학생이 공부하는 데도 가장 중요한 건 다니는 학원, 사는 곳, 선생님이 아니라 공부 '습관'이다. 아래 사람을 힘들게 하는 상사는 무리한 부탁, 무시, 이유 없는 질책 등 자기보다 힘과 책임이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습관이 있다. 부부 불화의 시작도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양말을 벗는 습관, 치약을 짜는 습관의 불일치가 '성격 차이'로, 다툼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습관은 스크랩북처럼 좋은 습관을 한데 모아서 만들 수 없다. 혹은 종합 선물 세트처럼 좋은 습관 모둠을 살 수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사 줄 수도 없다. 습관은 본보기와 닮기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좋은 습관을 지닌 사람의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 습관을 계속 따라 행동하여야 내 습관이 된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나쁜 습관을 지진 사람의 곁에서 살게 되면 그 사람의 인생은 나쁜 습관이 이끄는 대로 나아가게 된다.

습관의 한자 뜻은 익혀서 버릇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양 학자들은 배워서 생긴 두 번째 본성이라고도 한다. 사실 초등학교 교육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올바른 습관 형성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습관 만들기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은 습관이 아니라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도 습관을 배운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습관, 사람을 대하고 공부하는 습관을 배운다. 가정보다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선생님들의 습관이 한국인의 습관 만들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유치원도 영어, 수학 공부에 더 관심이 많다. 제대로 된 사람을 키우려면,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사는 좋은 사회를 만들려면, 좋은 모델을 통해 습관을 익혀서 버릇이 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람은 사는 대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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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뭐길래... 가족을 생이별 시키고, 집안 살림을 축 내고. 조기 교육을 권하는 사회에서 그 조류에 휩쓸리지 않기는 참 힘들다. 일전에 본 자료에서는 한국에서 1년에 영어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자그마치 17조원이라고 한다.


본의 아니게 조기 유학을 하게 된 우리 집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다. 한국의 친지들도, 캐나다나 미국에서 만나는 한국 어른들도 좋겠다고 한다. 너무 어려서 기억이 안날 나이도, 너무 커버려서 영어를 부담스럽게 배울 나이도 아니라서 더 좋겠다고들 한다.


그런데 우리 애들을 보면서 새삼 되새기게 되는 건, 언어 교육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모국어라는 점이다. 우리집의 언어원칙 중 하나는 집에서는 무조건 한국말을 쓴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놀 때로 영어를 쓰면 아빠에게 혼난다. 


그 원칙을 듣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보다 영어를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1년을 보내고 난 후 현재까지는 잘 따라가고 있다. 아마 아직까지는 학교에서 사용하는 용어 등이 복잡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모국어로 자유롭게 대화하고, 책 보고, 글도 쓰고 하는 아이들은 그 언어적인 기술들을 그대로 외국어로도 옮겨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언어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전에 장성한 어떤 선교사님 자녀를 만난 일이 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 영어만 쓰는 학교를 다니며 한국인 부모에게 자라 세 가지 말을 유창하게 하여 한국 사람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는 말을 할 때 뿌리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였다. 모국어가 '언어'라는 집을 짓는데 있어서 기초 역할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 말이었다. 튼튼한 기초가 있어야 제대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법. 


옆집이 일곱 살에 시작했으니 우리집은 다섯 살에 시작해야해. 광고에서는 두 살에 벌써 책을 읽으니 우리도 할 수 있어. 정말 그럴까? 최근에 읽은 자료에 슬기 혹은 지혜는 '때를 아는 것' (knowing when)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슬기로운 아이로 키우려면 먼저 부모에게 슬기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에게 가장 좋은 때를 찾아낼 줄 아는 부모를 가진 아이는 참 행복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까?

모국어 안착과 내적 안정감 (한겨레 베이비트리 201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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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책을 많이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빌려 읽으러 오는 곳. 그런데 북미(미국, 캐나다)의 도서관은 좀 다른 느낌이다. 모든 연령의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느낌이랄까. 


동네 할아버지들은 신문을 읽으러, 어린이들은 장난감도 갖고 놀고 그림책, 만화 DVD도 빌리러, 청소년들은 책도 빌리고, 공부도 하고, 숙제에 도움도 받고, 어른들은 강연도 듣고, 영화도 빌리고, 그리고 책도 읽는다. 엄마가 끄는 유모차에 실려 가기 시작한 도서관에 걷기 힘든 나이가 될 때까지 다니며 책을 보게 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의 여러 모습들은 이 책 보는 힘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가 사는 토론토의 공립도서관에는 이민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서인지 영어교육, 구직 등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많은 프로그램들 중 우리 아이들은 이번 여름 방학에 리딩 클럽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 도서관에 가서 아래와 같은 '독서 여권'을 받았다. 아마 책읽기를 여행으로 생각하기 바라서 독서기록장을 여권으로 표현한 듯 하다.



한 권을 읽고 나면 글로 내용을 요약하거나 혹은 어린 아이들은 그림으로 그려 어린이 담당 사서에게 가져간다. 우리집 아이들은 그림으로 그렸다. 사서는 그림에 대한 칭찬을 한 후, 구슬 굴리기 판을 꺼내 아이들이 구슬을 굴리게 한다. Free Sticker!에 걸리면 그냥 스티커를 받고, 아니면 구슬이 굴러간 번호에 해당하는 질문을 한다. 책이 재미있었니, 친구들에게 추천하겠니, 다음에 이 책을 또 읽고 싶니.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면 역시 동그란 스티커를 주고, 연필, 지우개, 판박이, 탱탱공 등 선물을 고르게 해 준다. 책 이름을 쓰고 그 위에 스티커를 붙인다. 그리고 독서 여행의 다음 단계로 다시 출발!



스티커에는 대여섯 글자의 코드가 적혀 있는데 (위의 그림에서는 흐리게 처리했다), 리딩클럽 웹싸이트에 들어가 입력하면 작문, 숨은 그림 찾기 등 또 다른 재미난 활동들이 기다리고 있다. 


거의 한 달 정도 걸렸나. 드디어 아이들이 아홉 권씩을 다 읽었다. 마지막 스티커를 붙이니 사서가 다 읽었음을 인증하는 서명과 날짜를 적어준다. 



도서관. 책만 많이 품고 있는 곳이 아니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도록 도와주는 곳, 그래서 인생이 더 풍성해지도록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토론토 공립도서관의 리딩클럽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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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기온 영하 이십 오 도. 그런데도 집앞 학교를 보니 쉬는 시간 종이 치자 아이들이 달려나온다. 우리나라였다면 '도대체 제 정신인가!'했을 법한 상황이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자연스럽다. 학기 초 학교에서 온 가정통신문에 이렇게 써 있다. 쉬는 시간 두 번 (오전, 오후),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꼭 밖에 나가서 놀게 하니, 놀지 못할 정도의 건강상태라면 학교에 보내지 마세요. 겨울이 시작하면서 온 가정 통신문에는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밖에 나가서 놀게 하니 옷을 잘 입혀서 보내달라고 써 있다. 


어릴 때 겨울에 춥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겨울에도 아이들 반바지를 입혀서 학교에 보낸다는 이야기로 핀잔을 대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강해져서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북유럽에서는 한겨울에도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운 채 야외에서 낮잠을 재운다는 기사도 보았다. 추운 날씨에 몸이 적응하면서 더 건강해진다고. 캐나다 학교의 '닥치고 야외활동'도 아마 건강한 국민을 키우려는 목적이 있는 듯 하다.


미국 미시간의 초등학교는 세 시 반에 끝나는데 고등학교는 두 시 반에 끝나고 다 운동하러 가는 걸 보면서, 강대국 미국의 힘은 체육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해서 뭐 될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요. 그 '훌륭한' 사람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건강이다. 과연 학교 체육시간과 태권도, 수영 같은 방과 후 체육활동 만으로 건강한 국민이 길러질까? 


처음에는 체감기온 영하 이십 몇 도에 약하디 약한 우리 집 아이들이 잘 견딜까 걱정이 많았다. 콧물도 안 흘리고 감기도 안 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우였구나 깨닫는 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


체육 즐기며 자란 아이, 공부 잘한 아이보다 더 행복 (최종석 기자, 조선닷컴 201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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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면담할 때 싸이트를 하나 추천해 주셨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라 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한 말씀: "아마 노는 줄 알고 공부하게 될 거에요." 큰 애, 작은 애 하루에 삼십 분씩만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학교에 공부보다는 친구 만나고 놀러 다니는 둘째가 글자와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듯... 하다. 좀더 지켜 볼 일이지만.


StarFall.com


다른 하나는 내가 공부하면서 유용하게 쓰는 싸이트이다. 석사 과정에서 공부할 때 추천받았던 미국 퍼듀대학교의 온라인 글쓰기 교실인데, 미국 중등학교, ESL, 대학생, 어른 등 영어로 글쓰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나는 특히 APA 스타일로 글을 작성하는 경우 도움을 많이 받는다. APA style manual을 사서 옆에 둔 것이 아니라서 APA 스타일로 글 쓰는 데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이 싸이트를 띄워두고 도움을 받는다.


Purdue OWL (On-line Writing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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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말이라 과제 마무리에 한창이다. 아직 페이퍼 두 개를 끝내야 한다. 교육학 수업 과제를 하다가 공부 스트레스로 인한 청소년 자살에 대한 통계자료를 찾게 되었다. 너무나도 쉽게 통계청의 '2011 청소년 통계'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속에는 청소년 사망 원인 1위로 여전히 '자살'이 들어가 있었다.

끝간 데 없는 경쟁으로 가득 찬 사회에서 살아갈 준비를 시킨다고, 학교에서부터 그렇게 경쟁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소수만 행복하고 다수는 불행한, 소수만 주인공이고 다수는 들러리 서는 사회가 제대로 된 민주주의 사회인지도.

통계청 2011년 청소년 통계
Suicide leading cause of youth deaths in Korea (코리아타임즈 20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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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아버지께서 탁상공론에 대해 설명해 주신 적이 있다.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는 한국의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전국의 쥐 숫자를 세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책상에 앉아서. 정확하게 전국에 쥐가 몇 마리 있다고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지난 주 한국 신문 기사들을 보니 그 '탁상공론'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도대체 공무원님들께서 왜 그러시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하나는 학교에서 교장실을 없앤다는 것이다. 과거 이 모 교육부장관이 교사들의 권위주의를 타파한다고 권위까지 내동댕이 친 일이 있었다. 아마 그 분과, 그리고 같은 진영에 계시는 분들은 아직도 권위와 권위주의가 일단 글자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선진국일수록 사람들이 권위를 인정한다. 영국에서는 경찰의 권위를 인정하고,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권위를 인정한다. 대한민국만 권위를 깔아뭉갠다. 교장실을 없앤다고 권위주의가 타파될까.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권위까지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오히려 아무리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훌륭한 선생님이더라도 정작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은 진급이 힘든 현재 시스템이 더 문제는 아닐까. 그런 선생님들이 교장이 되셔도 실제로 일할 기간은 2, 3년 뿐이다. 몇 십년간 교육에 헌신하며 제대로 된 학교 운영을 하도록 준비된 사람에게는 불과 2, 3년의 기간 혹은 읍면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나 그 꿈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참 아쉽다. 내 주변에도 계신 그런 훌륭한 교장 선생님들을 보며 항상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미국이었다면 어쩌면 벌써부터 교장이 되시기도 하셨을 것이고, 그 학교를 정말 아이들과 교사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로 만들고, 지역에서 더 폭넓은 활동을 하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교직 임용률이 낮은 지방 사립 사범대의 정원을 축소한다는 것도 그렇다. 즉, 교육을 평가하는 것은 결국 시험이라는 얘기다. 하기야 고시를 통과해서 오신 분들이 해내는 생각이니 일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사범대들의 교육과정, 교수들의 능력, 교육의 복합적인 모든 문제들을 그 학교 출신 학생들의 시험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게 참 웃긴단 얘기다. 외고도 그 안에 들어가보면 알지만, 교사진이 뛰어나서, 시설이 뛰어나서 진학률이 좋은 건 아니다. 애들을 뽑을 때 꼼수를 써서 대학 잘 갈 수 있는 애들을 뽑기 때문이다. 그 애들끼리 경쟁을 하니 아무리 교사는 실력이 형편 없고 가르쳐 주는 것 없어도 대학 하나는 잘 보내는 것이다. 지방 사립대에 있는 교수라고, 학생이라고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지금 시험 시스템 자체가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시험 잘 보는 사람이 통과하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라서 그런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과연 그 임용고시라는 시험이 교사의 교수 능력을 얼마만큼이나 평가할 수 있는지는 임용고시를 본 선생님들이 더 잘 아실 것이다. 결국 이것도 교사 임용 시스템을 먼저 바꾸어야 하는데, 시스템은 놔두고 학교부터 갈아엎는다 한다.
없어져야 할 것은 '지방 사립대 사범대'도 '교장실'도 아닌 '탁상공론'이다. 줄여야 할 건 교사가 아니라 교육공무원 숫자다. 제대로 된 교사가 제대로 대우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라. 학교 교육은 살아난다.

[동아일보 2010.11.16] 교장실 없앤다고?… 경기교육청 통폐합 반발
[동아일보 2010.11.16] 지방 사립 사범대 졸업자 교사임용 20%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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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언어학 시간에 한 학생이 참 재미있는 동영상을 가지고 왔다.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첫 번째 동영상은 독일 해안경비대 대원이 가라앉는 배에서 온 긴급 무전을 짧은 영어실력 때문에 오해하는 내용. 영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사실 비극적이지만)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지 아실 것이다.


두 번째는 세탁소에서 일어난 일인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한국 사람이 미국에 와서 어떤 미국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웃는 얼굴로 열심히 한국말로 욕을 했는데, 내리면서 그 미국 사람이 하는 말. "경상도 사투리 쓰시네요." 알고 보니 한국에 수십년 살았던 선교사 출신이셨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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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간 Calvin College에서는 특별한 워크샵이 있었다. 물론 social context에서 2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참가의 이유(?)이기도 했지만. 워크샵의 제목은 'Traces of the Trade'. 약 2년 전 개봉한 영화로 Katrina Browne이라는 한 여인이 자신의 조상들이 노예무역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친척들과 함께 그 노예 무역의 행로를 다시 따라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어떻게 자기 조상들의 죄악에 대해 용서를 구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카트리나


Katrina는 De Wolf 집안을 후손으로, De Wolf 집안은 Rhode Island, Boston 지역에 거주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와서 쿠바의 플랜테이션에서 설탕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보스턴과 인근 항구로 가져와 럼주로 만들어 다시 아프리카에 파는 이른바 삼각 무역(Triangle Trade)를 통해 거부가 된 집안이다. 그녀의 조상 중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고, 그들의 무역은 토마서 제퍼슨 대통령의 묵인하에 진행되었다 한다. 우리는 흔히 남북전쟁(Civil War)가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북부가 노예 존속을 주장하는 남부와의 전쟁하여 노예를 해방시킨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와 워크샵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남북 전쟁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북부에 노예 제도가 이름만 바뀐 형태로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과, De Wolf 집안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듯이 노예무역선의 지분을 사들여 투자를 했다는 것(그래서 노예무역이라는 죄악에 같이 참여했다는 것), 노예제도가 불법이 된 이후에도 정경유착을 통해 계속 무역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과거 씻는 의식에

Katrina와 그 가족들은 조상들의 죄악과 비인간성에 놀라고, 아프리카와 쿠바로의 긴 여정 속에서 지치고, 노예의 후손으로 살아남은 것을 기념하는 행사에 갔다가 흑인 노예의 후손인 아프리카와 쿠바인들에게 냉대받으며 놀라기도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백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특권이었는지 알게 되면서, 이제 당연히 생각하며 그 특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되돌리려는 운동을 시작한다. 재단을 만들어 조상들이 노예무역을 하던 지역에 학교를 세우고, 미국에서의 캠페인을 통해 인종간의 벽을 무너뜨리려 하며, 또한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비인간적 대우를 발견하고 이를 철폐하려는 운동을 하고 있다.

노예가 되었던 사람들의 후손을 만나 대화

특히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 노예 무역에 보스턴의 성공회 교회도 지분을 샀다는 사실이었다. 교회가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사고 파는, 당시 불법이었던 산업에 돈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만약 수많은 기독 정치인들을 통해, 자기 교회 출신의 대통령, 시장, 국회의원 등을 통해 '돈'을 벌거나 이익을 탐한다면,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De Wolf 집안 후손들의 용기에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의 친일파 후손들은 불법으로 얻은 조상의 재산을 다시 찾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소송도 하고), 이들은 사죄하고, 과연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써 어떻게 내 잘못도 아닌 내 조상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할까를 생각한다는 점. 미국의 많은 백인들이,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는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잘못된 역사에 대해 깨닫고 행동하려고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미국사회에 아직까지 희망이 있는 것이다.

용감한 가족들

이 워크샵은 Calvin College의 Kuyers Institute of Christian Teaching and Learning이라는 연구소에서 이 지역 교사들을 위해 '교실에서 역사적으로 논쟁거리인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었다. 지역 학교의 역사 선생님들과 교수님, 그리고 대학원/학부 학생들이 만나 북부의 노예무역이라는 생소한 주제에 대해 배우고, 자신들의 문화, 역사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하며 수업에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참회'와 '용서'는 성경에서 중요한 주제이며, 기독교 교육에서도 꼭 다루어져야 하는 주제이다. 그럼에도 기독교학교, 특히 외국어 교실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기에 이번 워크샵이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었다. 한국에도 여전히 역사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이 많다. 기독교 교육현장에서 일본과의 과거사(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북한과의 관계 등 이러한 주제들을 배우면서 '참회', '용서', 그리고 '화해'와 '평화'를 생각할 수 있다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인을 만들어내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http://www.tracesofthetrade.org로 문의하세요. $20에 영화 DVD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faith-based version이 있습니다. 기독교인의 역사 인식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합니다. )
(All pictures are from http://www.tracesofthetrade.org.  None of them used for commercial pur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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