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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틀간 Calvin College에서는 특별한 워크샵이 있었다. 물론 social context에서 2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참가의 이유(?)이기도 했지만. 워크샵의 제목은 'Traces of the Trade'. 약 2년 전 개봉한 영화로 Katrina Browne이라는 한 여인이 자신의 조상들이 노예무역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친척들과 함께 그 노예 무역의 행로를 다시 따라가며 사람들을 만나고, 어떻게 자기 조상들의 죄악에 대해 용서를 구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카트리나


Katrina는 De Wolf 집안을 후손으로, De Wolf 집안은 Rhode Island, Boston 지역에 거주하면서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와서 쿠바의 플랜테이션에서 설탕을 만들고, 이것을 다시 보스턴과 인근 항구로 가져와 럼주로 만들어 다시 아프리카에 파는 이른바 삼각 무역(Triangle Trade)를 통해 거부가 된 집안이다. 그녀의 조상 중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자가 된 사람도 있었고, 그들의 무역은 토마서 제퍼슨 대통령의 묵인하에 진행되었다 한다. 우리는 흔히 남북전쟁(Civil War)가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북부가 노예 존속을 주장하는 남부와의 전쟁하여 노예를 해방시킨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와 워크샵을 통해 알게된 사실은, 남북 전쟁 이후에도 꽤 오랜 기간 동안 북부에 노예 제도가 이름만 바뀐 형태로 그대로 유지되었다는 것과, De Wolf 집안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듯이 노예무역선의 지분을 사들여 투자를 했다는 것(그래서 노예무역이라는 죄악에 같이 참여했다는 것), 노예제도가 불법이 된 이후에도 정경유착을 통해 계속 무역을 했다는 것이었다.

아프리카, 과거 씻는 의식에

Katrina와 그 가족들은 조상들의 죄악과 비인간성에 놀라고, 아프리카와 쿠바로의 긴 여정 속에서 지치고, 노예의 후손으로 살아남은 것을 기념하는 행사에 갔다가 흑인 노예의 후손인 아프리카와 쿠바인들에게 냉대받으며 놀라기도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백인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특권이었는지 알게 되면서, 이제 당연히 생각하며 그 특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되돌리려는 운동을 시작한다. 재단을 만들어 조상들이 노예무역을 하던 지역에 학교를 세우고, 미국에서의 캠페인을 통해 인종간의 벽을 무너뜨리려 하며, 또한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는 비인간적 대우를 발견하고 이를 철폐하려는 운동을 하고 있다.

노예가 되었던 사람들의 후손을 만나 대화

특히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 노예 무역에 보스턴의 성공회 교회도 지분을 샀다는 사실이었다. 교회가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사고 파는, 당시 불법이었던 산업에 돈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만약 수많은 기독 정치인들을 통해, 자기 교회 출신의 대통령, 시장, 국회의원 등을 통해 '돈'을 벌거나 이익을 탐한다면, 과연 우리의 후손들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De Wolf 집안 후손들의 용기에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의 친일파 후손들은 불법으로 얻은 조상의 재산을 다시 찾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소송도 하고), 이들은 사죄하고, 과연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써 어떻게 내 잘못도 아닌 내 조상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할까를 생각한다는 점. 미국의 많은 백인들이,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는 관련 없다고 생각했던 잘못된 역사에 대해 깨닫고 행동하려고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 때문에 미국사회에 아직까지 희망이 있는 것이다.

용감한 가족들

이 워크샵은 Calvin College의 Kuyers Institute of Christian Teaching and Learning이라는 연구소에서 이 지역 교사들을 위해 '교실에서 역사적으로 논쟁거리인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었다. 지역 학교의 역사 선생님들과 교수님, 그리고 대학원/학부 학생들이 만나 북부의 노예무역이라는 생소한 주제에 대해 배우고, 자신들의 문화, 역사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하며 수업에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참회'와 '용서'는 성경에서 중요한 주제이며, 기독교 교육에서도 꼭 다루어져야 하는 주제이다. 그럼에도 기독교학교, 특히 외국어 교실에서 별로 다루어지지 않기에 이번 워크샵이 많은 것을 배우게 해주었다. 한국에도 여전히 역사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이 많다. 기독교 교육현장에서 일본과의 과거사(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북한과의 관계 등 이러한 주제들을 배우면서 '참회', '용서', 그리고 '화해'와 '평화'를 생각할 수 있다면, 사회를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인을 만들어내는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http://www.tracesofthetrade.org로 문의하세요. $20에 영화 DVD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faith-based version이 있습니다. 기독교인의 역사 인식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합니다. )
(All pictures are from http://www.tracesofthetrade.org.  None of them used for commercial pur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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