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기온 영하 이십 오 도. 그런데도 집앞 학교를 보니 쉬는 시간 종이 치자 아이들이 달려나온다. 우리나라였다면 '도대체 제 정신인가!'했을 법한 상황이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자연스럽다. 학기 초 학교에서 온 가정통신문에 이렇게 써 있다. 쉬는 시간 두 번 (오전, 오후),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꼭 밖에 나가서 놀게 하니, 놀지 못할 정도의 건강상태라면 학교에 보내지 마세요. 겨울이 시작하면서 온 가정 통신문에는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밖에 나가서 놀게 하니 옷을 잘 입혀서 보내달라고 써 있다.
어릴 때 겨울에 춥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겨울에도 아이들 반바지를 입혀서 학교에 보낸다는 이야기로 핀잔을 대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강해져서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북유럽에서는 한겨울에도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운 채 야외에서 낮잠을 재운다는 기사도 보았다. 추운 날씨에 몸이 적응하면서 더 건강해진다고. 캐나다 학교의 '닥치고 야외활동'도 아마 건강한 국민을 키우려는 목적이 있는 듯 하다.
미국 미시간의 초등학교는 세 시 반에 끝나는데 고등학교는 두 시 반에 끝나고 다 운동하러 가는 걸 보면서, 강대국 미국의 힘은 체육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해서 뭐 될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요. 그 '훌륭한' 사람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건강이다. 과연 학교 체육시간과 태권도, 수영 같은 방과 후 체육활동 만으로 건강한 국민이 길러질까?
처음에는 체감기온 영하 이십 몇 도에 약하디 약한 우리 집 아이들이 잘 견딜까 걱정이 많았다. 콧물도 안 흘리고 감기도 안 하는 아이들을 보며 기우였구나 깨닫는 데 며칠 걸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