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을 많이 가지고 있어 사람들이 빌려 읽으러 오는 곳. 그런데 북미(미국, 캐나다)의 도서관은 좀 다른 느낌이다. 모든 연령의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는 느낌이랄까.
동네 할아버지들은 신문을 읽으러, 어린이들은 장난감도 갖고 놀고 그림책, 만화 DVD도 빌리러, 청소년들은 책도 빌리고, 공부도 하고, 숙제에 도움도 받고, 어른들은 강연도 듣고, 영화도 빌리고, 그리고 책도 읽는다. 엄마가 끄는 유모차에 실려 가기 시작한 도서관에 걷기 힘든 나이가 될 때까지 다니며 책을 보게 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의 여러 모습들은 이 책 보는 힘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우리가 사는 토론토의 공립도서관에는 이민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서인지 영어교육, 구직 등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많은 프로그램들 중 우리 아이들은 이번 여름 방학에 리딩 클럽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방학이 시작하고 얼마 지나 도서관에 가서 아래와 같은 '독서 여권'을 받았다. 아마 책읽기를 여행으로 생각하기 바라서 독서기록장을 여권으로 표현한 듯 하다.
한 권을 읽고 나면 글로 내용을 요약하거나 혹은 어린 아이들은 그림으로 그려 어린이 담당 사서에게 가져간다. 우리집 아이들은 그림으로 그렸다. 사서는 그림에 대한 칭찬을 한 후, 구슬 굴리기 판을 꺼내 아이들이 구슬을 굴리게 한다. Free Sticker!에 걸리면 그냥 스티커를 받고, 아니면 구슬이 굴러간 번호에 해당하는 질문을 한다. 책이 재미있었니, 친구들에게 추천하겠니, 다음에 이 책을 또 읽고 싶니.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면 역시 동그란 스티커를 주고, 연필, 지우개, 판박이, 탱탱공 등 선물을 고르게 해 준다. 책 이름을 쓰고 그 위에 스티커를 붙인다. 그리고 독서 여행의 다음 단계로 다시 출발!
스티커에는 대여섯 글자의 코드가 적혀 있는데 (위의 그림에서는 흐리게 처리했다), 리딩클럽 웹싸이트에 들어가 입력하면 작문, 숨은 그림 찾기 등 또 다른 재미난 활동들이 기다리고 있다.
거의 한 달 정도 걸렸나. 드디어 아이들이 아홉 권씩을 다 읽었다. 마지막 스티커를 붙이니 사서가 다 읽었음을 인증하는 서명과 날짜를 적어준다.
도서관. 책만 많이 품고 있는 곳이 아니다. 도서관은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도록 도와주는 곳, 그래서 인생이 더 풍성해지도록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토론토 공립도서관의 리딩클럽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