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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닌 지 오래된 아이일수록 질문이 점점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릴 땐 귀찮을 정도로 세상의 하찮은 모든 것들에 대해 묻던 아이들이 말수가 적어지는 것이다. 말만 하지 않을 뿐 여전히 머릿속엔 질문이 가득한 걸까, 아니면 그 많던 질문이 바싹 말라버리는 걸까. 사람이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힘은 질문에서 나온다. 학문에서도 질문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과 행동이 나온다. 그런 힘을 가진 질문은 단순한 사실을 묻는 학교 기말고사의 오지선다형 질문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이유 같은 근원적 질문에서 나온다. 그러한 질문을 수천 년 동안 다듬어 온 학문이 바로 철학이다.

 

이 책은 열다섯 가지 철학 문제와 그에 관한 설명을 통해 나와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적인 철학의 하위 분류인 논리학, 미학, 윤리학, 인식론, 존재론, 형이상학이 아니라 이 책에서는 자연 철학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읽어낼까?), 인간 철학 (나는 뭘 원하고 뭘 할 수 있을까?), 언어 철학 (나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관점의 전환 (내 생각 없이 잘 살 수 있을까?)의 네 장으로 나누어 놓았다. 각 장에서는 다시 서너 개의 질문과 관련된 철학자들의 사상과 그 사상이 탄생하게 된 배경, 철학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므로 재미있는 삽화와 함께 철학자 마주보기 (철학자 소개), 철학자의 생각 엿보기 (사상의 소개 및 탄생 배경), 이 사람이 궁금해 (그 철학자 및 사상과 관계된 다른 사상가들), 철학자 따라잡기 (사상에 대한 분석), 사고 확장하기 (그 사상과 다른 분야와의 연계) 등의 부분들이 각 질문에 대한 답을 구성하고 있다. 또 저자가 어린이들과 만나면서 들었던 수많은 질문들 중 그 부분의 사상과 관계되는 질문들도 소개하면서 청소년 독자들이 본인들의 질문도 독서 과정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장 첫 번째로 소개되는 학자는 탈레스이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을 한 철학자이다. 세상 모든 것들의 공통, 근본 원소는 무엇인가? 그러한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철학이란 종합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다시 깨닫게 된다. 또 여섯 번째 이야기의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서는 법적 정의와 특수적 정의의 구분을 통해 정의의 실현과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아홉 번째 이야기의 메를로퐁티를 통해서는 인간이란 현실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표현하는 존재라는 점을, 열세 번째로 소개되는 플라톤 이야기에서는 유명한 동굴 우화를 통해서 상징과 상상이 현실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서론에서 저자는 이런 질문들이 모여서 집단 지성을 이루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인류가 개인은 해낼 수 없는 문제의 발견과 해결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주어진 질문에 효율적으로 답하는 사람으로만 길러지는 대신,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의하면서 생각의 저변을 넓혀나가며 서로 힘을 모아 나아가는 경험을 한다면 지금처럼 사회가 양극으로 나뉘어 대립하는 혼란함과는 다른 모습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보게 된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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