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이번 학기에 듣고 있는 '세계 언어 교수법' 과목은 그 스케줄이 정말 빡빡하다. 학기의 첫 절반은 고대로부터 현재까지의 언어교수법에 대한 이론과 이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주욱 훑는다. 참고해야 되는 책만도 10권이 넘고(물론 다 읽는 건 아니고 발췌이지만), 교수님이 만들어두신 Study Guide의 질문들도 매주 몇 가지 되는데 다 깊이 생각해서 적어야 하는 것들이다. 때로는 특별 과제가 있어서 정해진 수업 시간에 가져가 다른 학생들과 공유해야 하며, 수업 시간 대화에도 참여해야 한다. 그 절반이 끝나는 지난 주에 그 모든 것을 총정리하는 중간고사가 있었다. 1시간 반 동안 세 종류의 시험을 치루는데, OX, 단답형(한 문단), 에세이의 세 가지이다. 놀라운 것은 OX와 단답형은 우리가 시험이 끝나기 전에 이미 교수님이 채점까지 끝내셨다는 점이었다. 이건 무슨 컴퓨터로 보는 시험도 아니고, 시험 보고 나서 바로 성적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 다음날 아침 더 놀랜 건, 에세이까지 포함한 성적을 벌써 온라인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주는 수업이 없었다. 대신 자기가 장래에 가르치게 될 과목, 연령대의 학생들이 있는 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참관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수업을 참관하면서 여섯 가지의 질문에 대해 기록을 해야 했다. 학교 직원 신디의 도움으로 근처 고등학교의 선생님 한 분과 잘 연결이 되었다. Calvin에서 교생을 보내는 학교들 목록을 교육학과 사무실에서 가지고 있었기에 수월하게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참관 시간이 오늘 오전 7시 반이었다는 것이다. 연결된 선생님이 보기에 제일 좋은 시간이 그 시간이라고 하셨기에 별 수 없이 새벽에 일어나 수업을 보러 가야했다.
3년 전에도 미국 학교의 수업을 볼 일이 있었다. 그 때는 주로 사립인 기독교학교들을 다니다보니 학생들이 상당히 진지하고 수업에 열성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간 학교는 공립이라서 그런지 한국 고등학교의 모습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ELL, 즉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러 오는 수업을 참관하게 되었다. 약 20명의 학생이 수업에 참석했는데, 3명은 결석이라 하고, 20명 중 5명도 지각이었다. 선생님은 아이들 흥미를 끌어보려고 애도 쓰는데, 아이들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동기부여가 안 된 학생들을 가르치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그게 교사의 의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기부여라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교사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사, 학생, 부모가 힘을 모아 학생의 장점과 관심을 파악하고, 학생이 공부에 대한 동기가 생겨나도록 할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냥 '공부 잘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 정도로는 절대 아이들의 눈을 반짝거리게 만들 수 없다.
최근 한국 신문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 특히 부모의 교육열을 칭찬하더란 기사가 종종 실린다. 미국 교육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하려고 그런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미국에 한국 사람들은 애들을 공부시키러 보낸다. 꽤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립이 아니면 수업 시간에 손 번쩍 들어가며 응답하는 학생을 찾기가 힘든데도 말이다. 그런 미국에서 한국을 칭찬한다. 고등학교에서 학생의 절반은 자고 있고,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학생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가 보다.
이곳 교수님들에게 '한국의 교육, 기독교학교의 문제를 개선하고, 발전시킬 방법을 찾고 싶어 공부하러 왔다'고 하면 하나 같이 '우리도 그런 해답은 없다. 알면 우리 좀 가르쳐다오.' 이렇게 대답한다. 실제로 대학원 수업에 같이 공부하는 교사들에게 들어보면 영어로 얘기한다는 것만 다르지 고민은 거의 같다. 수업을 더 잘하고 싶고, 준비도 많이 하고 싶지만, 수업 외의 다른 업무가 많아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는 거다. 그래서 세계언어교수법 과목 데이빗 스미스 교수님의 말이 정답처럼 들리는 것 같다. "우리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 다른 나라에서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니, 그 다름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728x9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