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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가 공부하러 온 건지 살림하러 온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물론 토요일, 주일은 노는 날이니 주말 기분도 나고, 여유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수업이 끝나고 한인 마트에 가서 쌀이랑 김치를 샀다. 곧 쌀이 떨어질 때가 다되어 가기도 했고, 진즉에 김치는 다 먹어서 좀 그립기도 했다. 아무리 살 것을 적어가도 사다보면 적은 것보다 더 사게 된다. 결국 오뎅이랑 콩나물, 가쓰오부시까지 사왔다. 여러 번 나누어 먹게 지퍼락에 잘 나누어두고, 빨래를 시작했다.
그간 쌓아둔 빨래감에 이불까지 세탁하고 건조해서 고이 모셔두었다. 세탁물 중에는 여름옷들이 있었다. 그동안 꺼내두지 않았던 가을 겨울 옷들을 꺼내려니 결국 여름옷들은 보관용 장소들로 들어가야 했다. 처음 미국에 올 때 짐 싸던 것처럼 차곡차곡 신문지도 깔고 잘 밀봉해서 박스에 도로 넣어두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제 더이상 섭씨 20도 정도까지 올라가는 날씨는 없다. 앞으로 1주일간 제일 더운 날 최고 기온이 12도이고, 오늘 밤엔 0도까지 내려간다. 11월로 넘어갈 때도 되어서 여름옷은 내년 여름까진 동면시킬 때가 왔다 싶었다.
이른 저녁 먹고 시작한 정리가 결국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매일 정리하는 듯 하던 아내랑 어머니는 도대체 무슨 체력으로 그렇게들 자주 정리를 했나 싶다. 게다가 요리 한 번 하고 나면 손에 밴 양파, 마늘 냄새는 잘 가시지도 않는다. 역시 남자들도 살림도 해 보고 애도 키워봐야 여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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