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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자정을 넘어선 시간이지만 우리 부부는 열공 중이다. 나야 학생이니까 공부하지만 아내는 도대체 무슨 공부를 하는 걸까. 아내의 표현을 빌자면 '교재 연구' 중이다. 지난 화요일부터 우리 집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손님이 생겼다. Calvin College 졸업생인 일레인이다. 캘빈 축구대표 선수로 ESPN이 선정한 우수 선수이기도 했던 친구인데 영어 전공에 작문, 일어 부전공까지, 게다가 학점도 거의 만점에 가깝다는 놀라운 친구이다. 물론 이런 정보는 본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학교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것들이다.
  지난 학기에 영어발달사 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학기 끝무렵에 한국어를 가르쳐 줄 사람을 찾는다고 부탁을 했다.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러 가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한국어를 공부하고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보통 미국 사람들이 인사말 정도나 배우고 가지, 영어만 해도 전 세계 돌아다니는데 별로 지장이 없으니 외국어 배우는데 열심을 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일본어도 하고 스페인에도 다녀왔는데, 이젠 한국어도 배운다고 한다. 부탁을 받고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가 좋은 교사(!)를 알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있고 한 달이 지나 우리 집에 사는 그 좋은 교사가 첫 번째 수업을 했다. 초등학교에서 10년 넘은 베테랑 교사이지만,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글을 영어로 가르치는 건 처음이다 보니 긴장도 하고 준비도 많이 했다. 학생도 똑똑하고 교사도 열심인지라 수업이 끝나고 확인해보니 잘 배운 듯 했다.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어 발음도 정확했다. 사실 영어에 그다지 관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아니 오히려 스트레스 팍팍 받고 있는 중이었기에 좀 의외다 싶기도 했다. 권해주는 영어교육 관련 서적 두 권도 하루만에 다 훑어보았단다. 그리고 지금 공부하는 내 옆에 앉아 내일 수업 준비 중이다.
  부탁을 받았을 때, 일레인에게는 한국어와 한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는 영어교사, 초등교사, 그리고 한글을 막 배우는 학생 둘(꼬맹이들)이 있고 한글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책들도 있으니 말이다. 아내에게도 좋은 기회다 싶었다. 밥쟁이로 전락하지 않고 본인의 재능을 활용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말이다.
  자원해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해 준, 그래서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준 일레인에게도 고맙다. 그리고 영어로 한국어, 한글 가르치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일을 수락해 준 아내에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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