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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남녀평등의 시대인 요즘, 어떤 교회에 다닐 것인가를 결정할 때 아마도 최소한 부부의 의견합일, 혹은 온 가족 구성원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런데 이런 민주적인(?) 과정이 불가능한 가정이 있다. 바로 교역자 가정이다. 보통 교역자들의 사역지를 따라 이동하다보니 교역자 가족들에겐 어떤 교회가 신앙 성장의 토양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 볼 여지가 없다. 사실 아내에게 이런 점이 좀 미안했다. 그래서 GR에서 지내는 2년간은 아내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고, 결국 앞으로 1년간 다니게 될 교회를 지난 6월경 결정했다. 그리고 그 교회에 그냥 손님으로 다니기 보다는 정식으로 멤버(등록교인)이 되어서 교인의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라면 벌써 끝났을 교회 등록 과정이 2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진행중이다. 목사님께 교회의 멤버가 되고 싶다고 말씀 드리고 난 후 그 주간에 목사님께서 가정을 방문하셨다. 어떻게 교회에 오게 되었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우리의 살아온 이야기, 그리고 목사님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Elder들의 모임(우리로 치면 당회?)에 가셔서 말씀하시겠다고 하셨다. 휴가기간이라 모임이 없어 8월 첫 주에야 모였고, 그 모임 후 장로님(elder) 두 분이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그 중 한 분은 은퇴하신 목사님이시고, 다른 한 분은 손주를 둔 할머니셨다.

  어떻게 그 교회를 찾게 되었는지, 우리는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었는지, 가족들의 신앙은 어떠한지, 이 지역에 얼마 정도 있게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교회에 대한 궁금증은 무엇이 있는지, 한 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하였다. 남자 장로님(은퇴 목사님)은 꼼꼼하게 기록을 하시면서 대화를 이어가셨다. 그리고 9월 elder 모임에서 우리 가족을 멤버로 추천하시겠다고 하신다. 그러면 그 다음 주에 목사님께서 우리 가족을 새 멤버로 소개하고, 예배 후에 목사님 곁에 서서 다른 교인들과 인사를 하게 된다고 한다.

  CRC 교단의 모든 교회가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과정이 한국 교회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오늘의 모임을 겪은 후 생각해 보게 된다. 성장에 너무 급급한 한국 교회는 다른 교회에서 왔건, 이단 집단에서 잠입을 하건 대환영이다.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느린 속도이지만, 이러한 단계적인 검증, 정착 과정을 통해 교회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냥 이름만 올린, 무늬 뿐인 '등록교인'을 양산하는 遇를 犯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회와 교인 모두 책무를 다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장로님들도 '목양'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당회만이 장로님의 임무의 전부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교회들도 있지 않은가. 물론 장로님들이 섬기는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교회들도 많다. 하지만 그간 보아온 새 '우리' 교회의 시스템을 보면, 목사님, 장로님들, 그리고 집사님들의 역할이 매우 분명하게, 그리고 수평적으로 배분되어 있음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 견제의 기능도 하여 건강한 교회 공동체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장로교 목사에서 개혁교단(CRC) 초보 교인이 된 오늘, 나중에 다시 목사로써의 역할을 다해야 할 때 어떤 부분을 계속 개혁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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