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은 그 느려터진 일처리에 속이 터진다고들 한다. 한국에서는 그날 그냥 만들어지는 신분증, 서류들이 최소 두 주는 걸린다. 운전면허증 하나 내려고 사무실에 너댓 번 찾아가다 보면 절로 인격 수양이 된다. 그렇게 거의 이태를 살아보니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달까.
그런데 미국에서 캐나다로 건너오니 그 속터짐을 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인터넷 개통에 필요한 모뎀이 왔다고 전화로 확인을 하고 찾아간 우체국에선, 밖의 트럭에 실려 있는데 아직 스캔을 안 했으니 저녁에 찾아오라고 한다. 다른 사무처리를 하러 가도 자기들 할 일 다 하고 시간 남으면 고객을 받는 듯한 인상이다. 서비스를 하는 사람도 고객 앞에서 주눅 들 필요 없으니 캐나다가 살기 좋은 곳인가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두 주를 지내니 이제는 그런 일이 있으면 그냥 웃고 만다. 원래 그런 동넨데, 내 속만 터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난 달 미국의 아파트에서 퇴거를 하면서부터 어제 저녁까지 거의 한 달을 인터넷이 없이 살았다. 물론 중간중간 맥도널드나 동네 도서관 등 인터넷이 되는 곳에 갈 때도 있었지만, 그나마도 느리고 잘 끊어져 메일 확인만 겨우 하고 말았다. 인터넷 없이 사는 데 나름 좋은 점도 있다. 쓸데 없는 짓을 안 하게 된다. 책도 읽고 하늘도 보고 이야기할 시간도 많다. 그렇지만 요즘은 모든 일이 인터넷으로 진행되다 보니, 특히 정착하는 과정의 일처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인터넷이 없어서 개통하려고 신청을 했는데 모든 서류를 이메일로 보내주니...
어제 저녁 우체국에 가서 모뎀을 받아다 드디어 인터넷을 다시 개통하고 21세기의 문명 세계로 돌아왔다.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 없이 살기는 참 불편하다. 한국에 비하면 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속도지만, 그래도 인터넷이 있으니 세상에 다시 연결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