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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이렇게 쓰고 보니 참 괴상하게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 블랙 프라이데이 광고지를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난다.
캐나다에서도 이젠 전통적인 쇼핑 시즌인 박싱 데이(성탄절 다음날)보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이 꽤 큰 행사처럼 보인다. 오늘 들어 온 전단을 보니 'Madness sale', 'Doorbuster sale' 이런 표현들로 충격 요법으로 고객 유치를 하려는 듯하다. 미친 세일, 문 부수고 들어가는 세일, 그만큼 물건값이 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과격한 표현을 쓴 것이다.
다만 이제 몇 년 살아 본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보인다. 일단 이 시즌에 파는 물건 대부분은 생존이나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이기보다는 사치품 쪽에 더 가까운 것들이다. 그러니 일 년 내내 미뤄 두었다가 기회를 보아 살 수 있다.
몇 달 전 입던 옷의 절반을 정리하면서 내겐 필요 이상의 물건이 너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지금 가진 옷도 다 입지 않는데 새 옷이 필요한가? 지금 가진 컴퓨터로도 모든 업무가 무난한데 새것이 필요한가? 텔레비전이 없어도 잘살고 있는데, 벽걸이 텔레비전이 왜 필요한가?
전단을 보니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려고 추운 겨울에 오돌오돌 떨며 밤새 기다리다 문을 부실 듯이 뛰어들어가 사오는 건 미친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광고 문안을 만드는 사람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현란한 광고지를 보면 필요 없는 물건에 대해서도 견물생심이 발동한다. 다행히 더 채워 넣을 곳이 없는 좁은 집을 한 번 둘러보면 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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